유해한 남자
펠릭스 발로통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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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발로통의 <유해한 남자>. 소설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가 쓰러진 자리에서 유고를 경찰이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찰은 유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출판한다. 유고는 자크 베르디에라는 평론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인데, 그 글에 죽음이 빈번히 등장한다. 친구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사랑하는 이의 죽음 같은 것으로, 그들의 죽음은 부주의와 우연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일견 부조리하게 보이기도 하고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딱히 잘못을 범했다고 볼 수 없는데도 화자가 모든 죽음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게 인상적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마지막 죽음에서 죄책감은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졌는데 그가 쓴 마지막 문장과, 이어지는 그림(장례를 지내는 그림)은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죽을 줄 알면서 살아가고 이별할 줄 알면서 사랑을 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았지만 죽어야 하고 미친 듯이 사랑했지만 이별해야 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유한하기에 삶과 사랑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동반하고, 고독, 우울, 불안, 불편함, 가련함같은 고통은 호감, 성적인 흥분, 충만함, 자신감같은 기쁨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성찰할 수 있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겨 마음 아파할 수 있다.


펠릭스 발로통은 허우 샤우시엔의 <빨간 풍선>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전 읽었던 쥘 르나르의 <홍당무>를 다시 읽자 내가 펠릭스 발로통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홍당무> 삽화를 펠릭스 발로통이 그렸던 것이다.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을 볼 때마다 색감이 아름다워 마음이 충만해 지는 기분을 느꼈는데 동시에 쓸쓸함도 느꼈다. 어떤 그림이든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가 쓴 소설 <유해한 남자>는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줄 것이다. 죽을 줄 알면서 살아가고 이별할 줄 알면서 사랑을 하는 아이러니.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공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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