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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의 유대 여인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리온 포이히트방거 지음, 김충남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평점 :
<톨레도의 유대 여인>은 중세 스페인. 카스티야의 왕 알폰소와 아름다운 유태인 라헬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알폰소 왕은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로서 카스티야의 알폰소 8세이다. 그는 호전적인 왕으로 재위 내내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고 패배와 승리를 반복했으며 영토를 빼앗았으며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을 맺었고 파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소설에는 유태인 상인 예후다와 그의 딸인 라헬이 등장하는데 라헬이라는 존재는 전설로 전해지고 있지만 예후다는 포이히트방거가 만든 인물이다. 예후다는 알폰소와 다르게 이성적인 사람이고 복수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행동한다. 소설은 알폰소왕이 무와히드 왕조의 칼리파와 벌인 전쟁에서 패한 뒤 예후다를 떠올리며 이성적이며 평화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끝난다.
소설의 전개는 실제 역사와 다른데(알폰소왕은 칼리파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십여 년 뒤 이교도를 몰아내겠다고 전쟁을 일으켰다.) 포이히트방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국가 간의 패권경쟁과 불안한 사회 속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무엇보다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포이히트방거가 나치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했고 냉전시기에 이 소설을 썼다는 것을 생각하자. 예후다는 복수하려고 하지 않았고, 예후다는 핍박받는 유태인인데도 소설은 유태 민족이 중심이 되는 평화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지는 평화를 주장한다. 우리에겐 복수가 필요한 게 아니라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 특정집단을 위한 평화는 진짜 평화가 될 수 없다는 뜻이리라.
역사소설은 작가가 소설을 쓴 당대 사회를 대변하지만 이 책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