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It's Uptown
기타제작사 / 196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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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커버의 바리톤 색소폰이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이자 조지 벤슨의 기타와 로니 스미스의 오르간이 뒤따라갔다. 곡이 유머러스해서 들으며 웃었는데 나중에 앨범을 보니 곡 이름이 Clockwise 였다. 메트로놈처럼 움직이던 바리톤 색소폰은 시계초침을 나타내는 것이었나 보다. 그렇다면 조지 벤슨의 기타와 로니 스미스의 오르간은 시계초침에 맞춰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인간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곡은 Summertime 으로, 조지 벤슨의 블루스. 소울감이 충만한 보컬이 참 좋다. 나는 조지 벤슨을 가수로 처음 알았는데 “The Greatest Love Of All”, “This Masquerade”,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오성식의 팝스 잉글리시, 김광한의 추억의 골든팝스에서 들었다. 공테이프를 라디오에 넣고 숨 죽여 녹음을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It’s Uptown>을 듣다보니 기타연주자로 조지 벤슨을 몰랐다면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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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Home Cookin' (RVG Edition)
지미 스미스 (Jimmy Smith) 연주 / Blue Note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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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스미스의 오르간이 <Home Cookin‘> 에서 케니 버렐의 기타와 주거니 받거니 연주를 하는 게 기가 막힌다. 지미 스미스도 대단하지만 케니 버렐이 없었다면 연주가 어떻게 되었을까. 찬밥 없는 라면, 깍두기 없는 설렁탕, 앙꼬 없는 찐빵과 같지 않으려나. 상상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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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밍거스 - 소리와 분노 현대 예술의 거장
진 샌토로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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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밍거스의 부인과 며느리는 밍거스의 유해를 갠지스강에 뿌렸다. 갠지스강으로 가는 길. 델리. 발코니가 있는 한 호텔에 그들은 묵었는데, 힌두교 믿음 때문이었다.


“육신의 재는 건물 안에 있으면 안 된다는 힌두교 장례식의 풍습 때문에 브라만 가계 출신의 조디는 적절한 방법을 두고 고민했다. 육신의 재가 건물 안에 있으면 고인의 영혼도 함께 그 안에 갇히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찾은 곳이 발코니였다.” p33


국어사전에선 발코니를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으로 전망이나 휴식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다.’라고 정의한다. 평전의 이 대목이 무척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는데 발코니는 건물에 속해있으면서 건물의 외부인 곳이기 때문이다. 찰스 밍거스는 미국 사회에 속한 미국인이면서도 흑인이자 혼혈인이었기에 미국 사회의 외부인이었고, 자신은 약자라면서 약자의 분노를 노래로 표출했지만, 자기중심적인데다 폭력적이었으니 또 다른 약자에게는 강자였다. 자신이 음반 판매 수익을 받지 못했을 땐 백인 중심 음반산업이 자신을 억압하고 차별한다고 분노했지만 정작 자신이 음반사를 차렸을 때는 동료 흑인 연주자한테 음반 판매 수익을 주지 않았다. (한 때 같이 음악을 했던 맥스 로치는 찰스 밍거스와 절연을 했고 밍거스가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았다...)


부인과 며느리는 힌두교 믿음으로 발코니를 찾았겠지만 찰스 밍거스의 삶은, 건물에 속했으면서도 건물의 외부인 발코니. 내부냐, 외부냐 무어라 정의하기 힘든 그것과 같았으니 부인과 며느리가 찰스 밍거스의 유해를 안치하러 발코니가 있는 호텔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그의 삶을 압축하는 것처럼 상징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찰스 밍거스의 삶을 영화로 만든다면 저 대목을 꼭 등장시킬 것이다. 


평전에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밍거스는 다시 한번 시대정신을 느꼈다.’ 진 샌토로의 목소리인데 그는 찰스 밍거스의 음악과 그의 삶이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찰스 밍거스가 활동하던 당시 백인중심주의, 청교도주의, 결혼지상주의가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재즈곡을 만들고, 기존의 음악을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재즈곡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술과 마약에 빠져들고, 수많은 백인 여성들과 성생활을 즐기고, 장광설과 허풍을 늘어놓던 것은 자유를 향한 열망, 주류 사회에 대한 도전, 경직된 사회에 대한 반항을 의미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진 샌토로는 찰스 밍거스의 삶을 서술하며 그가 직접적으로는 만난 적이 없는 예술가들의 삶과 사회적 사건을 교차시킨다. 그 예술가들이 잭 케루악, 오손 웰스처럼 경직된 미국 사회에 도전하는 이들이었고 사회적 사건은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교차적인 서술방식은 의미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7장의 마지막 문장 ‘밍거스는 수척해졌다. 그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는 잭 캐루악이 쓴 <길 위에서>의 유명한 문장. ‘모든 혼란과 헛소리를 뒤로하고 우리에게 유일하게 고귀한 행위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즉, 움직이는 것. 우리는 움직였다.’ (이만식, 민음사, p253) 을 변주한 것이라 봐야 한다. 찰스 밍거스는 잭 케루악, 오손 웰스와 같은 류의 인간이었고 이런 아웃사이더에게 도전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알고 있던 이야기는 더 깊게 알게 되어 좋았고 몰랐던 이야기는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다. 평전을 읽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책 읽는 것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다. 그 바람에 독서는 더뎠지만 거대한 벽 앞에서 찰스 밍거스가 느꼈던 감정과, 벽을 무너뜨리려 움직였던 그의 모습이 마음에 전해졌다. 발코니 같은 인간이자 위대한 음악가인 찰스 밍거스의 삶이 무척 흥미로웠다...





 #찰스밍거스 #재즈 #재즈음악 #도서협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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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병 전집 2 : 희곡편 윤조병 전집 2
홍창수.배진아 엮음 / 연극과인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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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없는 사나이와, 술집을 운영하는 부인이 몸 파는 걸 묵인하는 철도원 둘의 대화가 극의 주된 내용이다. 사나이의 외양, 또 그가 전하는 다리가 없는 친구와의 이야기나 부인이 몸 파는 행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심지어는 포주 짓까지 하는 철도원은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낸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야 할 시간은 고되기 때문이다.


철조망 너머에 숲이 있느냐 없느냐. 둘은 같은 것을 봤으면서도 다른 말을 한다. 이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이런 모습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고, 전쟁 이후 새롭게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니 앞으로도 그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연극의 마지막. 둘은 돼지 왈츠를 언급하며 의미가 통한 듯 웃어댄다. 돼지 왈츠가 무엇인지 연극은 말하지 않는다. 민중은 개돼지다. 그런 개돼지같은 우리가 왈츠를 춘다는 자조적인 의미인가? 숲이 있느냐 없느냐로, 연극 내내 같은 것을 봤으면서도 다른 말을 하던 이들이 이번엔 돼지 왈츠라는 것을 통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말을 하지만, 관객은 돼지 왈츠가 뭔지 모르니 결국 같은 것을 보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반복된다는 뜻인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몇 해 전 기국서, 유진규의 연기로 <건널목 삽화>가 무대에 올랐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보지 못했다. 너무나 아쉽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건널목 삽화>를 무대에서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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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omething To Live For
Timeless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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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To Live For>에서 아치 셰프는 소리를 내지르고, 발음하는 음도 때때로 불분명하다. 앨범에 매겨진 낮은 별점과 아치 셰프의 노래를 향한 박한 평가는 마크 머피, 셜리 혼, 토니 베넷, 빌리 할러데이였다면 이렇게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아치 셰프는 여러 앨범에서 조금씩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이 앨범에선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목소리를 꽉 채운다. 평론가들이 뭐라고 한들 나는 이 앨범이 좋다. 내가 아치 셰프의 팬인 게 그 이유일텐데, 좋아하는 사람의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아치 셰프의 내지르는 소리-평론가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그것-가 내게는 소울 음악을 절창하는 것 같았다. 아치 셰프에게 이런 면이! 이런 목소리가! 나는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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