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병 전집 2 : 희곡편 윤조병 전집 2
홍창수.배진아 엮음 / 연극과인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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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없는 사나이와, 술집을 운영하는 부인이 몸 파는 걸 묵인하는 철도원 둘의 대화가 극의 주된 내용이다. 사나이의 외양, 또 그가 전하는 다리가 없는 친구와의 이야기나 부인이 몸 파는 행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심지어는 포주 짓까지 하는 철도원은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낸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야 할 시간은 고되기 때문이다.


철조망 너머에 숲이 있느냐 없느냐. 둘은 같은 것을 봤으면서도 다른 말을 한다. 이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이런 모습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고, 전쟁 이후 새롭게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니 앞으로도 그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연극의 마지막. 둘은 돼지 왈츠를 언급하며 의미가 통한 듯 웃어댄다. 돼지 왈츠가 무엇인지 연극은 말하지 않는다. 민중은 개돼지다. 그런 개돼지같은 우리가 왈츠를 춘다는 자조적인 의미인가? 숲이 있느냐 없느냐로, 연극 내내 같은 것을 봤으면서도 다른 말을 하던 이들이 이번엔 돼지 왈츠라는 것을 통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말을 하지만, 관객은 돼지 왈츠가 뭔지 모르니 결국 같은 것을 보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반복된다는 뜻인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몇 해 전 기국서, 유진규의 연기로 <건널목 삽화>가 무대에 올랐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보지 못했다. 너무나 아쉽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건널목 삽화>를 무대에서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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