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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 - 한국의 대표 독서치유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의 심리 특강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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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를 업은 채로 첫째, 둘째와 입으로 놀아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롤로그만 읽었을 뿐인데도 목이 메였다. 저자가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자신의 아이에게 처음으로 사과하며 함께 울었다는 부분에서 나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다.


평소 투정 부리지 않고 떼쓰지도 않았던 딸에게서 비로소 일곱 살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 문장에서 나는 어릴 적 내가 위로 받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알아서 잘 하는아이였다. 설거지, 청소, 공부도 부모님이 시키지 않아도 잘 해냈다. 아빠는 다정했지만 바빴고, 엄마는 항상 함께 있어줬지만 무뚝뚝하고 몸이 약했다. 나는 그런 부모님 아래서 별 탈 없이,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잘 자랐다. 그런 내가 내 아이를 낳고 나서야 내 마음 속 어린 아이를 보게 되었다. 내가 울거나 떼 쓸 때 내 감정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울어!’, ‘시끄러우니 울거면 네 방에 들어가서 울어.’, ‘제발 좀 조용히 살자.’. 엄마의 레파토리이다. 언젠가는 급체한 탓에 아파서 끙끙대며 우는 소리를 했는데, 엄마는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네. 제발 잠 좀 자게 바닥에서 자라!’고 소리쳤다. 서운하고 서러웠는데도 엄마가 또 화를 낼까 봐 배를 움켜쥔 채로 바닥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런 엄마였고, 그런 딸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울면서 떼 쓰는 것을 못 견딘다.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종료시키고, 아이들의 입을 내 고함으로 틀어 막아서라도 조용히 시킨다. 그러지 않으면 내 머리 속을 전동 드릴로 헤집는 것처럼 머릿골이 울리고, 귀 속에 매미가 들어 앉은 듯 정신 사나워 참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그만 좀 하라고 소리치며 악다구니 쓰는 내 모습을 보고는 겁에 질려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고 온 몸을 들썩거리며 입을 틀어막는다. 나는 그 모습이 기막히고 서글퍼서 그러길래 왜 이렇게까지 화나게 하냐고, 그만 하라고 했지 않냐고, 더 소리 높여 화를 낸다. 겨우 네 살 짜리 아이들에게 말이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아이가 그 행동을 통해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는 말로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해도 언제나 엄마에게 말하고 있다. 행동으로, 표정으로, 그리고 눈물로.” P.111


엄마의 격한 감정에 아이들은 위축된다. 몸이 조각나 흩어지는 그림은 아이의 존재가 부서졌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P. 149


우리 아이들은 몇 번이나 존재가 부서졌을까?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런데도 엄마가 제일 좋다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서로 나의 품을 차지하려고 파고 드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이렇게나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엄마의 사랑을 갈구한다. 나 역시 엄마에게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로 인해 수없이 부서진 것일 테다. 엄마의 눈치를 보는 내 성격 탓도 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지금 내 아이들의 상처도 지들 성격 탓이 될까 봐. 그러니 엄마 탓이다. 나의 엄마 탓이고, 지금의 나의 탓이다.


나는 성인이다. 내가 받은 상처를 자각하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어찌 되었든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상처 주고 괴로워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진심을 담아 사과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오늘 밤, 잠자리에 누워 양 팔에 아이를 한 명씩 안고 소리질러서 미안해, 무섭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듣기 괴롭다고 너희들 감정까지 뭉개려고 해서 미안해, 사랑하면서 상처줘서 미안해.” 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나도 미안해. 사랑해 엄마라고 말해주는 아이들. 그 말에 내가 더 위로받았음은 말해 무엇하랴.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해주었다. 아이는 아직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보살펴야 하는 사람

그래서 아이를 웃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그런 존재다.” P.150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열심히 걸어도 그 길의 끝에 왕비의 보물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우리,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그 길을 걸어온 우리, 많이 외롭고 자주 괴로워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우리는 그만큼 성숙해지고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값진 보상이 아닐까.” P.179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이 책들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로 돌아가 울고 있는 나를 토닥여주고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P.221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그림책과 사례들을 통해 내 마음도, 아이들의 마음도 토닥여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미리 맛볼 수 있어서도 좋았다.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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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 여자들에게만 보이는 지긋지긋한 감정노동에 대하여
제마 하틀리 지음, 노지양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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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치도록 반복되는 하루에 몸도 마음도 번아웃이었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표시가 나지도 않는 집안일과 육아는 내 기운을 쪽쪽 뽑아가고 있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항상 조급했다. 아이를 늦지 않게 등원차에 태워야 했고, 하원하기 전에 빨래, 청소, 설거지를 마쳐야 했고, 아이가 돌아오면 간식과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아이들과 놀아줘야 했다. 그러면서도 시댁 가족의 단체카톡창에 적절한 답변을 해야 했고, 아이들의 준비물을 미리 주문해야 했고, 이사 후 석 달이 지나도록 자리잡지 못한 잡동사니를 정리할 곳을 마련해야 했다. 발을 동동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머리 속은 해야 할 일로 가득 차 터질 것 같았다


남편은 며칠째 야근 중이었고 피곤에 절어 있었다. 남편은 수많은 집안일 중 분리수거와 고양이 화장실 청소 담당이지만, 현관 앞의 분리수거함은 넘쳐나고 있었고 고양이 화장실에서는 똥오줌 냄새가 진동했다. 고양이 화장실이야 베란다에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분리수거함은 무려 현관에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분리수거함이 미어 터지다 못해 현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남편은 보지 못하는 듯 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쓰레기를 밀치면서 집에 들어와야 할 판국이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내가 버려야 했다. 8개월이 되어가는 막내를 들쳐업고 몇 번이나 집과 분리수거장을 왔다갔다 한 후에야 전부 버릴 수 있었다.   


분리수거함을 비우고 집에 들어와 막내를 내려놓고 산더미처럼 쌓인 다섯 식구 빨래를 갰다. 그리고 청소를 하려고 걸레를 들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는데, 아기 식탁 밑에 남편이 벗어놓은 양말이 보였다. 나는 그만 눈물이 툭 터지고 말았다.


며칠 전에는 출장과 야근이 잦은 남편에게 도저히 못하겠어.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아이들 두고 집 나가고 싶으니까 당장 들어와, 제발 좀!!!”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의 얼굴을 외면했었다. 그 날도 남편은 열두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고 나는 집을 나갔다. 하지만 막내의 우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고 한 시간 정도를 겨우 버틴 뒤에 집에 들어왔다. 역시 막내는 숨이 넘어가라 울고 있었고 나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남편은 요즘 힘들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사과했고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전날 설거지하지 못한 그릇들이 여전히 그대로 쌓여있는 것을 보았다. 식탁 위에 남편이 마시다가 남은 맥주캔과 과자 봉지가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것은 덤이었다.


일부러 나를 엿 먹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남편이 나의 수고를 고마워하고, 나를 도와주지못하는 것을 미안해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것들이 도와주는수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육아와 살림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을, 아니 그것보다도 남편이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는 양말 하나가 집에서의 나의 일을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지, 얼마나 힘빠지게 하는지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인가? 내가 하나 하나 부탁하고 확인해도 제대로-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움직여주지 않고, 내가 더는 못 해먹겠다고 미쳐 날뛰어도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이 사태가 해결되는지를 모르는 이 사람에게 내가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해줘야 한다는 것인가? 차라리 벽에게 말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 못했다. 부부이고, 부모이니 당연히 함께 당면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은 번번히 좌절되었고, 내가 먼저 말 꺼내기 전에 남편이 먼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는 생각은 뿌리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미칠 듯이 힘들고 외로웠다. 육아와 살림이라는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것이 전업주부가 견뎌야 하는 무게이고, ‘주 양육자인 엄마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 것이 문화적/젠더적 관습에서 강화된 성역할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정 안에서 누가 언제 어떤 일을 하는가에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는 여성이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성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나는 내가 행하는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감정노동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남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아이들이 짜증내고 떼쓰지 않게 하기 위해, 엄마와 말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우리의 욕구보다 주변 사람들의 욕구를 우리 앞에 두고, 그렇게 우리는 고갈되어 가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 ‘왜 여자만 이런 짐을 져야 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사회가 원하는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힘들다 징징대는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낄 뿐이다. 나의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젠더적으로 근거 있는 분노이고 답답함이고 괴로움이라는 사실이 꽤나 씁쓸하면서도 내가 나약하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했다.


전업맘 뿐만 아니다. 워킹맘 역시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높은 강도의 감정노동을 한다. 집에서는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이자 아내이면서, 직장에서는 일에만 집중하는 커리어 우먼이기를 기대한다. 남들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그런 무자비하고 불가능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리고는 좌절하고 괴로움과 죄책감에 몸서리친다. 내가 그랬다. 회의를 하거나 미팅을 할 때는 강단 있고 열정적이어야 했고, 간담회나 회식 때는 따스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평소보다 무뚝뚝하거나 목소리가 높아지면 감정적이라는 평가가 붙었고, 회식 때 잘 웃지 않으면 분위기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뒷담화가 들렸다. 남자들이라면 기대받지 않을 역할 아래서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들으면서 살아남으려 애쓰면 애 키우면서 대단해’, ‘독한 구석이 있다니까라는 소리를 들었다.


여성들이 이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감정노동의 고리 안에서 얼마나 외롭고도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는 이 책 한 권에 차고 넘친다. 힐러리 클린턴부터 저자의 친구까지 거의 모든 위치의 여성을 아우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으면서도 절대적으로 공감가는 사례들이 빼곡하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곤함과 괴로움, 불평등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 그 중에 특히 공감되는 방법을 꼽자면, ‘스스로가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할 것’,세상의 기대가 아닌 나의 우선순위대로 행동할 것이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중요한 사람임을 스스로 높게 평가해주어야 한다. 사회적 기대와 나의 내면 사이에 선을 확실하게 긋고 내가 과소평가되거나 이용당하거나 소모되지 않도록 나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결국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일테다.


나는 나의 아들이 누군가의 딸에게 사회적/관습적/젠더적 감정노동의 프레임을 씌워 상처주는 사람이길 원치 않는다. 나는 나의 딸이 그런 감정노동을 수행하면서 스스로에게 생채기 내고 자기 자신보다 남의 기대에 부흥하려 노력하는 삶을 살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내가 변해야 할 때다. 물론 남편도 변해야 한다. 나는 남편에게 지금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 자식들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니, 다 읽고 진지한 얘기를 하자고 말했다. 삐걱거릴 테지만, 문제를 직시했고 원인을 알았으니 나아질 일만 남았다. 남편이 이번만큼은 이 책 읽고 얘기좀 하자니까!’라고 잔소리하게 만들지 말아주길. 제발, 제발 좀, ?


"자기 애를 자기가 보는데 내가 왜 고마워해야 해?" 나는 말했다. "그래도 고맙다고 전해줘."
그녀의 남편, 아니 나의 남편이라 할지라도 남자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눌 일이 있을까. 아빠가 저녁에 밖에 나와 있으면 아무도 아이는 어디 있냐고 묻지 않는다. 남편이 개인 시간을 보낼동안 내가 집에서 세 아이를 본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놀라면서 내 넓은 마음 씀씀이를 칭찬하지 않는다.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남편에게는 크게 점수 딸 일이다. - P90

어떤 방식으로든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무거워하다가 무너져버리기, 시간을 내서 우선순위를 정하기, 둘 중 하나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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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엄마 편 - 극한육아 멘토 미세스찐의 희생, 좌절, 위축 없는 육아 솔루션
한혜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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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키우는 거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쌍둥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이켜보면 때로는 무식함 덕분에, 때로는 무식한 탓에 울고 웃으며 지난 시간들이 빼곡하다.

아직도  육아는 현재진행형이고, 한달 후면 그 육아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는 예비 셋째 엄마가 되어

네이버 글을 통해 미세스찐님을 알게 된 이후로 책상에 붙여놓은 '사고 싶은 책' 목록에 있었던 [무조건 엄마편]을 드디어 읽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육아서를 읽었을까.

처음에는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가 하는 불안함에,

나중에는 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원인이 나한테 있는건지 아이에게 있는건지 알고 싶고,

수많은 방법 중에 나와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있기는 한건지 하는 걱정과 조바심에 읽었다.

엄마의 육아방식을 꼬집고, 그로 인한 아이들의 발달상 변화를 지적하며 

육아서에서 제시하는 방향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엄마들을 질책하는 육아서는 생각보다 너무 흔하다.

나는 책에서 방법은 배웠지만,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고, 그때마다 좌절했고 스스로를 탓했다.

아이를 원망했고 책에서 배운대로 행하고자 하는 나를 응원해주지 않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상처받았다.


그때 [무조건 엄마편]을 만났더라면 적어도 내 마음에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일은 없었을텐데.

[무조건 엄마편]은 흔한(?) 육아서가 아니다.

육아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기보다는, 육아를 하면서 아이와 엄마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와 닿는 구절만 추려보자면,

"엄마의 할 일은 에베레스트 산처럼 쌓여있다.

 그 중에 '나 아니면 안되는 일'만 빼고 아웃소싱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 과감하게 맡기자. 그래도 된다. "

"엄마는 가정의 CEO다. CEO는 회사의 모든 일을 제 손으로 하지 않는다. 자기가 아니면 안되는 일만 제 손으로 한다.

 그래야 회사가 굴러가고 정말 필요한 중요한 곳에 신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가 힘든 가장 큰 이유가 뭘까? (중략)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밑바닥을 보는 것. 그것이 가장 괴롭다."

"조심하자. 입술 30초가 마음의 30년이 된다."

"육아에 정답이 없어서 힘들 때면 이 말을 기억해보자. 아이가 자랐으면 하는 모습을 내가 그대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육아라는 것."

"아이가 꿈을 가지고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면, 엄마도 꿈을 가지자. 그리고 꿈을 키우면서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 본 경험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아이의 꿈, 엄마의 꿈 모두 소중하다.

 아이의 꿈과 엄마의 꿈은 함께 자란다."

나의 두 아이는 벌써 저만치 성장해나가고 있고, 또 한 아이는 내 뱃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나는 나의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스스로의 결정을 믿을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보려 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살면서 엄마의 등을 보며, 엄마의 인생 발자국을 보며 의지하고,

때로는 자극 받고, 때로는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아 낼 힘을 가진 엄마가 되어 보려 한다.


미세스 찐님의 [무조건 엄마편]은 그런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책이다.

이제서야 만나서 아쉽지만,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반갑고 감사하다. 무조건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다.

이제 다시 힘을 내어,

내 인생, 그리고 엄마의 인생, 다시 한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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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 인생을 바꾸는 꿈의 1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야기
이승헌 지음 / 한문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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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문장이다.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인 기대가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부모의 이런 기대를 조금 다르게 표출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순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결정-그래서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하나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나 역시 아이에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시도해보고, 아님 말고.’ 식의 사고방식은 절대 허용할 수 없었다.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시행착오 없는 순탄한 길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의례 거쳐가는 과정들을 선별하고, 선별된 과정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통해 아이에게 책이나 교육을 접하도록 결정하는 과정에서 늘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과연 이것이 정말로 아이를 위한 길일까? 내 욕심인 건 아닐까?’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또래 아이들과 비교선상에 놓인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면 50일이면 아이가 이래야 한다는데 왜 우리 아이는 아직도 못할까요?”라거나, “아이가 00개월인데 아직도 기저귀를 해요”,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말이 늦어요등등의 고민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길거리 판촉중인 여러 학습지 선생님들이 아이의 두뇌발달 검사를 하라고 부추기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한번은 내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마트에 갔었는데, 거기서 판촉 중이던 한 학습지 선생님이 나에게 아이 발달검사를 하라고 권했다. 내가 아직 아이가 어려서요.”라며 거절하자, “어릴 때부터 아이가 어떤 발달선상에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줄 수 있어요.”라며 끈질기게 따라왔다. 내가 누차 난색을 표하며 거절하자, 그 분은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100일만 되어도 검사하고 준비하는데나중에라도 꼭 하셔서 미리 시작하세요. 아이들에게는 빠를수록 좋아요.” 라며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돌아섰다.

이 일은 상당히 오랫동안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가 아이 발달이나 교육에 너무 무심한가? 내 고집 때문에 내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고 있나? 나중에 따라 잡으려고 할때는 이미 늦어서 아이들이 벅차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에 조바심도 났고, ‘우리 아이만큼은 경쟁에 떠밀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끌려가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 라는, 조금은 이른 걱정과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다른 아이들이 다 본다는 유명한 브랜드의 전집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아이들이 이 시기 즈음 시작한다는 학습지나 교구수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비교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아이가 아직 영유아인 지금도 이런데, ‘학생신분에 들어서게 되면 어떨까. 나는 내 스스로의 기준과 사회적인 기준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온전하게 내 아이만의 속도와 에너지를 믿고 응원해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성공하려면 일단 일류 대학을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라는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 방정식이 내 아이에게는 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스스로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방영했던 ‘SKY캐슬에서처럼 아이를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아이의 마음을 읽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서기도 어려운 엄마가 되지는 않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렇다 할 대안은 없지만, 줄세우기과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정답을 찾게 하는 공교육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득할 때에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어서 ‘5무 학교로 불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고등학교에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다니?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될 수 있기나 한 건가? 그럼에도 인생을 바꾸는 꿈의 1이라고 표현할 만한 시스템이 있는 건가? 하는 의문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수기와 학교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읽다 보니 내 아이도 이런 경험을 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은 정말 놀라웠다.

한 학생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전, 다른 학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에서 보호 관찰을 받았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알게 되어 입학하게 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고민한 끝에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강연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 아이는, 여러 강연과 스피치 활동의 성과로 나중에 경찰서에 초대되어 문제 학생과 멘토-멘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한때 자기와 함께 보호관찰을 받던 친구를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또다른 학생은 전교 100등 밖에서 전교 10등으로 성적을 올릴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어느 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작성하라는 설문에 아무 것도 적을 수 없었음을 고백하며 그 순간 이후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빠져 공부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고 한다. 그러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자신만의 꿈을 찾게 되어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도전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수기를 남겼다.

이외에도 책에 실린 정말 많은 수기를 보면 확인할 수 있듯,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학교이다. 아이가 고민하고 계획한 길에 디딤돌을 놓아주는 수준이지만, 아이들의 길을 믿고 응원해주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은 그 디딤돌을 발판 삼아 성장했고, 세계로 뻗어나갔다. ‘성적으로 매기는 가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아는 인성영재가 되도록 돕겠다.’(p.71)는 글쓴이의 말처럼 체력과 인성, 자존감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벤자민인재영성학교는 책에서 표현한 대로, ‘과중한 경쟁에 내몰려 좌절을 반복하며 아이들은 활기를 읽고, 부모는 불안에, 교사는 무력감에 빠진 현실(p.12)’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과중한 경쟁에 내몰려 좌절을 반복하며 아이들은 활기를 읽고, 부모는 불안에, 교사는 무력감에 빠진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p.12

한계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드는 것이다. 한계를 넘어 도전하는 경험이 내 몸과 마음의 힘을 튼튼하게 키워준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p.63

본격적으로 진로탐색을 시작하는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휴지기를 갖는 것은 인생의 매우 중요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심대 중반, 뇌세포가 제멋대로 요동치는 중학시절을 지나 열일곱 살의 1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누리며 꿈을 탐색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가.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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