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 인생을 바꾸는 꿈의 1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야기
이승헌 지음 / 한문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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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문장이다.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인 기대가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부모의 이런 기대를 조금 다르게 표출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순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결정-그래서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하나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나 역시 아이에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시도해보고, 아님 말고.’ 식의 사고방식은 절대 허용할 수 없었다.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시행착오 없는 순탄한 길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의례 거쳐가는 과정들을 선별하고, 선별된 과정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통해 아이에게 책이나 교육을 접하도록 결정하는 과정에서 늘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과연 이것이 정말로 아이를 위한 길일까? 내 욕심인 건 아닐까?’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또래 아이들과 비교선상에 놓인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면 50일이면 아이가 이래야 한다는데 왜 우리 아이는 아직도 못할까요?”라거나, “아이가 00개월인데 아직도 기저귀를 해요”,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말이 늦어요등등의 고민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길거리 판촉중인 여러 학습지 선생님들이 아이의 두뇌발달 검사를 하라고 부추기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한번은 내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마트에 갔었는데, 거기서 판촉 중이던 한 학습지 선생님이 나에게 아이 발달검사를 하라고 권했다. 내가 아직 아이가 어려서요.”라며 거절하자, “어릴 때부터 아이가 어떤 발달선상에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줄 수 있어요.”라며 끈질기게 따라왔다. 내가 누차 난색을 표하며 거절하자, 그 분은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100일만 되어도 검사하고 준비하는데나중에라도 꼭 하셔서 미리 시작하세요. 아이들에게는 빠를수록 좋아요.” 라며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돌아섰다.

이 일은 상당히 오랫동안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가 아이 발달이나 교육에 너무 무심한가? 내 고집 때문에 내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고 있나? 나중에 따라 잡으려고 할때는 이미 늦어서 아이들이 벅차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에 조바심도 났고, ‘우리 아이만큼은 경쟁에 떠밀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끌려가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 라는, 조금은 이른 걱정과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다른 아이들이 다 본다는 유명한 브랜드의 전집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아이들이 이 시기 즈음 시작한다는 학습지나 교구수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비교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아이가 아직 영유아인 지금도 이런데, ‘학생신분에 들어서게 되면 어떨까. 나는 내 스스로의 기준과 사회적인 기준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온전하게 내 아이만의 속도와 에너지를 믿고 응원해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성공하려면 일단 일류 대학을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라는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 방정식이 내 아이에게는 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스스로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방영했던 ‘SKY캐슬에서처럼 아이를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아이의 마음을 읽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서기도 어려운 엄마가 되지는 않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렇다 할 대안은 없지만, 줄세우기과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정답을 찾게 하는 공교육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득할 때에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어서 ‘5무 학교로 불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고등학교에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다니?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될 수 있기나 한 건가? 그럼에도 인생을 바꾸는 꿈의 1이라고 표현할 만한 시스템이 있는 건가? 하는 의문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수기와 학교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읽다 보니 내 아이도 이런 경험을 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은 정말 놀라웠다.

한 학생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전, 다른 학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에서 보호 관찰을 받았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알게 되어 입학하게 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고민한 끝에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강연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 아이는, 여러 강연과 스피치 활동의 성과로 나중에 경찰서에 초대되어 문제 학생과 멘토-멘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한때 자기와 함께 보호관찰을 받던 친구를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또다른 학생은 전교 100등 밖에서 전교 10등으로 성적을 올릴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어느 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작성하라는 설문에 아무 것도 적을 수 없었음을 고백하며 그 순간 이후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빠져 공부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고 한다. 그러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자신만의 꿈을 찾게 되어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도전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수기를 남겼다.

이외에도 책에 실린 정말 많은 수기를 보면 확인할 수 있듯,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학교이다. 아이가 고민하고 계획한 길에 디딤돌을 놓아주는 수준이지만, 아이들의 길을 믿고 응원해주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은 그 디딤돌을 발판 삼아 성장했고, 세계로 뻗어나갔다. ‘성적으로 매기는 가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아는 인성영재가 되도록 돕겠다.’(p.71)는 글쓴이의 말처럼 체력과 인성, 자존감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벤자민인재영성학교는 책에서 표현한 대로, ‘과중한 경쟁에 내몰려 좌절을 반복하며 아이들은 활기를 읽고, 부모는 불안에, 교사는 무력감에 빠진 현실(p.12)’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과중한 경쟁에 내몰려 좌절을 반복하며 아이들은 활기를 읽고, 부모는 불안에, 교사는 무력감에 빠진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p.12

한계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드는 것이다. 한계를 넘어 도전하는 경험이 내 몸과 마음의 힘을 튼튼하게 키워준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p.63

본격적으로 진로탐색을 시작하는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휴지기를 갖는 것은 인생의 매우 중요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심대 중반, 뇌세포가 제멋대로 요동치는 중학시절을 지나 열일곱 살의 1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누리며 꿈을 탐색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가.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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