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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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점들은, 르네상스, 화가들은 배가 고프다, 사연이 많은 화가들이 많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피카소, 고흐, 고갱 등등. 이 정도에 아주 단적이면서도 단어로도 표현될 수 있는 짧은 지식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반면에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멀리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리는 게 좋았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 미술 좀 아는 사람이야, 하는 식의 남들에게 뽐내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셋 중 어느 것이더라도, 내가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미술에 대해 관심만 많아서일까. 언제나 예술 관련 서적이나 화집, 미술품에 대한 글은 잘 읽지 못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에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읽어나가지만 중반부를 넘어서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관심만 있을 뿐,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그림을 애찬 하는 글에 대한 이해불과, 원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같은 점들을 느끼지 못하는 등. 결국은 무지에서 오는 것들이 이런 미술, 예술 관련 서적을 끝까지 읽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사실 유명한 그림이지만 내 생각에는 이게 대체 왜 유명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다. 물론 중세시대에 정말 사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진 작품들을 볼 때면, 대체 이걸 어떻게 그린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그 때마다 언젠가 미술 공부를 해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하고 생각했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무서운 그림>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고, 표지 속에 그려진 여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제목과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를 내면서 관심이 생겼다. 물론 그 뒤로도 다른 책들을 읽느라 뒷전으로 미루어두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기회가 닿아 읽게 된 이 책은, 조금은 예상 밖이었다. 물론 여전히 미술품에 대한 작가는 애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것이 조금은 나에게 와 닿지 않는 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여주고 그 당시의 사회적 풍경과 작가 개인의 문제 등을 끌어들이면서 효과적으로 이해를 돕고 있었다. 새롭게만 느껴졌다.


이 책은 명화를 소개하고, 그 명화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와 시선을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안으로 점점 이야기를 파고들어간다. 화가 개인의 불우한 생활과, 작품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 당시 시대상의 모습을 서술한다. 그럼으로써 이 작품을 세세하게 파헤치고, 이 그림이 어째서 무서운 그림인지 소개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일 앞에 실린 드가의 <에투알>이었다. 과감하게 붓을 사용해 표현한 이 작품은 최근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 미술교과서와 같은 곳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 소개된, 배경과 무용수들의 당시 사회적 지위 등을 깨닫고, 작품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의 존재 등을 깨달아가며, 이 작품이 완전히 아름다운 작품이라고만은 볼 수가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일 첫 부분에 실린 만큼 그만큼의 충격도 상당히 강했던 작품이다.


이 <무서운 그림>이 좋았던 이유는 한 가지 점이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미술과 관련된 서적에서 보이는 미술품에 대한 애찬적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야기를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이 작품이 아름답고 또 그러한 것들을 부각시키는 것만이 아닌, 명화 속에 숨겨진 스토리를 그려내 준 다는 점에서 <무서운 그림>이라는 책은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또 물론 이것은 독자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목에서 주는 ‘무서운’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20편의 명화들은 저마다 ‘무서운’ 그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이라는 자극적임을 들쑤신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읽게 만든다. 간간히 삽입된 보조 설명을 돕는 명화들 또한 그렇다.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표현하기 힘든 작품들. 그러한 작품들을 배치해서 사람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많은 미술서적을 읽어보려고 시도했고, 몇 번은 끝까지 읽을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중간에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무서운 그림>은 끝까지 읽게 되었다. 재밌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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