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나는 일요일은 언제나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쉬는 날이면서도 동시에 내일부터 학교든 회사든 어디로든 가야하는 날이었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늘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하루의 마감은 언제나 개그콘서트와 함께 했다. 일요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각각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좋은 날, 이라는 인식이 강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 쉬는 날이니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요시다 슈이치의 <일요일들>을 읽으면서 보낸 시간들도 그와 비슷했던 것 같다. 일요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와 그 어감에 따른 기분 등. 이야기가 결코 경쾌하지만은 않았지만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었다. 쉬는 날 같다, 라는 생각이 말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인, 두 형제의 이야기가 전제로 깔린 채 다섯 편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연작 소설인 셈이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일요일의 남자들>이라는 작품이었다. 소소한 이야기 안에 과거 이야기가 끼어들고, 부자지간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 일본 특유의 감동과 함께 교훈을 던져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은 표제작인 <일요일들>이라는 단편이었다. 파편식으로 등장하던 형제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지점인 이 작품에서 형제의 상봉 장면은 무척이나 따스하게 표현된다. 남자에게 맞는 여성을 화자로 등장시켜, 이 남자와 헤어진 뒤, 훗날 이 형제를 만나는 식의 스토리를 가진 이 작품은 가장 전형적인 일본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물론 내가 많은 일본 소설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 같았기에, 가장 일본식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단편과 달리 외국의 단편들은 나는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단편은 이야기가 확실히 끝난다, 는 느낌이 드는 반면, 외국의 단편들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라면 그것이 더 부각된다. 사소설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일상의 소소한 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물론 엄청나게 많고, 그것에 대한 반증으로 우리나라에서 일본문학의 수요도 많은 것이 사실이겠지만, 나는 그러한 점들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부러 외국 소설들은 주로 장편으로 읽어나갔고 가끔씩 기회가 닿아 단편집을 읽을 때는 매번 머리를 싸매 쥐거나, 이게 뭐지? 하는 식의 허탈한 반응을 보이는 등 두 가지 중 한 가지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 이 <일요일들>은 조금 달랐다. 물론 허탈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도 하나의 완결성 있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여자 친구의 죽음과 아내의 죽음이 서로 교차되어 서로를 이해하는 부자지간과, 남자에게 매 맞는 여성, 그 남성에게서 벗어나 상담원이 되고 자립해 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는 단편들은 말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일상거리일 수도 있지만, 진한 감동을 자아내는 소재의 단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일본소설을 읽을 때면 술술 읽힌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뒤에 앞에서 말했듯이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설들이 모두 술술 읽힌다. 가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단편집들은 하나의 압축된 이야기로 표현한다면, 일본소설의 단편은 말 그대로 그 정도 길이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그런 점이 좋다. 그래서 한때 나도 얼마 되진 않지만 미친 듯이 일본소설을 읽었던 거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곤 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들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그저 그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면 따뜻한 이야기를 쓴다고들 한다. 그 말이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직접 그 말들을 확인해볼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다. 이리저리 일에 치이고 개인적으로 한창 바쁠 시기에 읽었던 책이기에 비교적 얇은 편에 속하는데도 오랜 시간에 걸쳐 읽어나간 책이다.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 어딘가에 자리를 틀고 앉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확히, 또렷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몸이 이 이야기를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일요일만 되면 이 책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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