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였던가. 중학교 때 한 친구에게 이끌려 내가 먼저 다가간 적이 있었다. 다른 반이였기에 쉬는 시간마다 찾아가 얘기를 나누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막상 같은 반이 되자, 그 친구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친구가 되어 버렸다. 성격적으로 결국은 맞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그 친구와의 결별 이유이다. 물론 그 뒤로 그 친구는 끊임없이 내 속을 긁어놓았고, 그때마다 우리는 마찰을 일으켰다.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 연락을 하려고 하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기에 못할 것도 없지만, 지금 와서 연락을 해서 무엇하리,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다시 만나도 똑같은 상황에 놓일 테고, 그러면 그 친구와 또다시 트러블을 일으킬 게 뻔하다. 어쩌면 그 친구와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으로 본다면 그것이 오히려 다행인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크리스타>에서도 블랑슈는 크리스타가 웃는 것을 보고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녀와 친해지게 되는 순간, 블랑슈에게는 지옥과 같은 일상이 펼쳐진다. 크리스타는 포플러처럼 블랑슈의 일상으로 들어와 눈 깜짝할 사이에 블랑슈를 둘러싼 모든 것을 점령해 나간다. 방을 시작해 가족들을, 그리고 책을 읽는 블랑슈의 시간마저도. 나는 <앙테크리스타>를 읽으면서 주인공 소녀인 블랑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당하고만 사는 블랑슈의 행동이 너무도 멍청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부모님조차도 크리스타에게 현혹되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크리스타와 둘이 있을 때에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반부에 블랑슈가 크리스타에게 한마디 하는 부분이 통쾌하기까지 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블랑슈는 물론 그의 가족들 캐릭터들도 이해가가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의 딸보다 크리스타 라는 생면부지인 여자애를 더 신뢰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모든 게 들통 났을 때, 단지 남자친구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크리스타를 싫어하게 되는 엄마의 캐릭터도 너무도 이해 불가능이었다. 만약 이 텍스트가 우리나라 작가가 썼다면, 분명히 많은 말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로 <앙테크리스타>가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프랑스 문학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되지 않았나 싶었다.


아멜리 노통브 작가는 <적의 화장법>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었다. 아멜리 노통브 작가의 작품들이 주로 ‘적’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어진다는 점에서 볼 때 <앙테크리스타>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타라는 적을 통해 블랑슈가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적의 화장법>에서는 텍셀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크리스타 라는 인물이 등장해, 앙테크리스타가 된다는 식이다.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나는 이 적이 무척이나 혐오스러웠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텍스트 내에서 크리스타를 완벽한 적으로 묘사해내기 때문도 있지만, 그저 혐오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독서는 뭔가를 대체하는 즐거움이 아니다.”(70p)


다른 많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이 문장을 보면서 나의 독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블랑슈만큼이나 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뭔가를 대체하는 즐거움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독서라는 움직임, 활동 그 자체가 좋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블랑슈도 그렇지 않을까. 독서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무엇을 대신하여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의 한 가지 취미생활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앙테크리스타>는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읽으면서 그 친구가 추천할 만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그 친구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앙테크리스타>를 보면서 내심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어쩌면 나는 블랑슈가 아닌 크리스타가 아닐까. 나는 블랑슈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친구가 생각할 때에는 크리스타로 비춰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았더라도, 심리적인 무언가로 어떤 친구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미안하다는 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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