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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 -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61
송미경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노원구 구립도서관 한책 읽기 2016년 2분기 어린이 도서로 선정되어 노원구 어린이들이 열심히 읽는 책 중에 하나다. 슬로리딩 5학년 친구들 추천해서 6월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노원구 사서선생님들의 안목을 높이 사고 싶다. 내가 찾던 동화다. 정말 이런 동화를 읽고 싶었다. 7편 모두 누구나 한번은 상상해보았을 이야기, 나의 어린시절이나 어른이 된 지금도 내면의 아이가 상상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닐까.
[혀를 사 왔지] 1년에 한 번 삼 일간 열리는 '무엇이든 시장'에서는 누군가의 눈썹부터 연골 달린 뼈다귀, 여러 모양의 귀, 꼬리 등을 판다.
그런데 주인공은 지혜롭게도 상술에 걸리지 않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혀를 산다. 이 혀야 말로 정말로 놀라운 혀다. 늘 듣기만 하던 아이는 자기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만나 벌벌 떨며 잘못을 빌 때까지 혀를 마음껏 휘두른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잔소리만 하던 엄마에게 매우 날카롭고 예리해서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하고는 그동안 혀가 없어 맛보지 못하던 초코크림빵 두개를 맛본다. 읽는 동안 얼마나 통쾌하던지 나도 이런 혀가 있다면 하나 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미 혀를 가지고 있으며 조금은 무뎌졌으나 아무에게나 휘둘러 생채기를 내는 몹쓸 물건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내 혀는 그 후로도 계속 무엇인가 말했어. 시장에서 사 온 혀는 놋그릇을 두들겨 대는 숟가락처럼 귀가 따갑게 쏘아 댔지 . 나를 괴롭혀 온 두 녀석은 결국 벌벌 떨며 잘못을 빌었어. 물론 나는 그 녀석들처럼 촌스럽게 험악하게 욕을 하거나 주먹을 쓰거나 침을 밷지는 않았지. 왜냐하면 내 혀는 매우 날카롭고 에리해서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30
[종이집에 종이 엄마가] 미솔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미혼모인 미솔이 엄마가 미솔이를 친할머니 집 앞에 버리고 간 것이다. 미솔이의 친구인 윤지의 엄마는 미솔이와 윤지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준다. 윤지엄마를 종이집 종이엄마라 부른다. 병을 앓고 있던 윤지엄마가 죽은 후 장례를 치르고 함께 접은 종이나비를 태운다. 어느날 자신을 버렸던 엄마가 나타나 지금 살고 있는 할머니가 친할머니가 아니라며 친할머니에게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미솔이는 자기가 손녀가 아닌 것을 알면서 키워 준 할머니가 버려진 화초를 돌보 듯 자신을 돌보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셋이 함께 울었다. 한참을 울고 있으니 억울한 마음은 사라졌다. 나는 우리 엄마가 죽어도 이렇게 슬프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더 슬퍼졌다. 나는 아줌마와 윤지보다 더 오래 울기 위해 눈물을 쥐어짰다. 내가 더 슬프다는 걸 아줌마에게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144
눈물은 눈에서 나는 게 아니라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른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눈물은 배에서 끓어오르다가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목구멍에서 눈물을 퍼 올렸다. 한동안 차가운 철 대문을 붙잡고 울고 나니 몸이 나비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164
일곱 편의 단편 모두 훌륭하지만 나는 이 두편이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두운 주제가 아닌가 생각하다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감정만을 가르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낸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다보면 풍족한 물질 뒤에 숨은 슬픔을 본다. 부모님이 사랑이라 부르는 지나친 관심과 통제 때문에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다.
엄마와 아빠는 몰래 못을 씹어 먹으면서 돌을 씹는 아이를 통제하려 한다. 혀를 산 아이는 골고루 먹으라고 강요하는 엄마에게 엄마는 어렸을 때 골고루 먹었는지 묻는다. 엄마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런데 왜 훌륭한 사람이 못 되고 평범한 사람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말이 막히고 만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에게 수도 없이 묻고 싶은 말이 아닐까? 어쩌면 진짜 부모가 길고양이인 편이 나을거라고 생각하거나 더러운 침대에서 뒹굴어도 마음 편한 쪽을 택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모는 아이를 사랑해서 그런다는 걸 아이는 커서 알게 될 것이다. 나도 그러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