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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의 한비 지혜의 노자 - <한비자>로 나를 세우고 <도덕경>으로 세상을 깨치다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동양 고전을 소개하는 책을 몇 권 읽어보았다. 주로 우리나라 학자나 자기경영 강사들이 쓴 책이었는데 동양 고전을 접하기 어려워했던 나로서는 동양 고전의 맛을 조금이라도 맛보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차츰 동양 고전의 매력에 빠져 틈틈히 도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상반된 두 철학자 '한비'와 '노자'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지략과 지혜를 소개하고자 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폭 넓은 중국사의 이해와 한비와 노자의 철학을 기본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해설이 흥미로웠다. 한비와 노자에 대한 상식이 극히 적은 독자여서 더 흥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한비를 읽기 전에는 정치 권력에 영합하는 철학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비가 살던 시대 상황이나 그가 가지고 있던 인간 본성에 대한 이론 등을 알게 되니 그의 철학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인간이란 도덕적이거나 선하지 않다고 보고 정의보다는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철학을 만든다. 군주의 절대 권력을 주장하고 한비는 부국강병만이 살 길이었던 춘추전국시대의 사람으로 진시황이 그의 이론을 받아들여 통일왕국을 이루고 법치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진시황이 진나라를 통일하기 전에 한비가 쓴 책을 읽어 보고 그의 이론에 반해서 한비를 불러들였지만 한비의 언변이 그의 이론을 뛰어넘지는 못한 모습에 실망했는지 진시황의 손에 죽고만다. 하지만 진시황은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통일 중국을 강력한 법치로 다스렸다.
또한 그의 이론은 매우 실용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져 상벌을 활용한 인재등용이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조세제도와 법률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법치국가를 꿈꾼다. 그의 이론은 시대를 뛰어넘어 강력한 왕권을 소유한 왕조에게 사랑받았고 현대의 유물론이나 공리주의와 비슷한 맥락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노자의 철학은 한비의 철학과 대비된다.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한비에 철학에 비해 노자의 철학은 우주와 내면의 질서를 강조한다. 모든 문제가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욕심을 비우고 숭고한 도덕 사상을 추구한다.
노자의 이론은 자연주의 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하를 다슬릴 때는 '무의의 통치' 서로의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아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노자의 이론은 현실에 맞는 이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욕심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산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자의 이론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서 시작된다. 경쟁자가 아닌 함께 사는 자연으로서의 일부의 인간말이다.
한비나 노자의 철학이 책 한권으로는 다 말할 수 없고 더욱이 이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200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읽히고 우리의 생각과 삶에 적용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대조되는 두 철학자이지만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삶과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비록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지만 말이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노자가 말씀하신다.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가 없고, 욕심을 내어 얻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이 없다. 그러므로 만족을 만족으로 알멸 늘 만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