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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
이 책에서 사회주의같은 관념적 단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낱말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그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 걱정을 덜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한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해서 읽히는 소설이었다. 단지 그 수단이 러시아 혁명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였을 뿐이고, 그런 시대 배경에서 수동적 여성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에 여성주의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롱블랙 스토리텔러 시리즈 중 강윤정 편집자의 글에서 "소설의 매력은 주인공과 이야기를 통해 여러 번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었다. 이번 책도 주인공인 어머니에게 몰입하고 그녀의 변화과정을 따라가면서 1900년대 초반을 살아가는 또 다른 나를 만나볼 수 있었다. 문학의 매력과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p.163 "글을 배우다니!" 흐느끼며 어머니가 말했다. "나이 40에 지금에야 겨우 글을 배우기 시작하다니..."
p. 197-198 어머니는 그런 삶에 도사린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며, 그래서 자신의 과거가 까맣고 좁은 띠처럼 납작하게 펼쳐진 곳을 뒤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 새로운 삶을 필요로 하는 마음에 대한 평온한 자각이 어머니 안에 시나브로 쌓여 갔다. 덕분에 이전에 어머니는 한 번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했으나 지금은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았고, 그것은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와 어머니가 고개를 높이 들고 다니게 해 주었다.
p.211 "그거 알아, 안드레이, 마음이 아픈 사람일수록 농담을 더 많이 하더라..." 우크라이나인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 "네 말이 진실이라면 러시아 전체가 웃다가 죽었을 거야..."
p.332 수천 명의 삶이 어머니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것만 같았다.
cf. 사실 러시아 문학에 벽돌책 조합이라고 하면, 포브스 선정 세상에서 가장 읽기 무서운 책 1위에 등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러시아 문학 특유의 1인 n이름으로 단 한번도 완독을 성공해본 적이 없던 나는, 이번 책을 펼치는 게 무서웠었다. 그래도 을유가 이 책을 보내 준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절반정도를 무난하게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내가 러시아 문학을 읽어냈다는 성취감도 있었고, 내 삶의 한계들 중 하나를 극복한 것 같달까? 다 읽은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볼 때마다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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