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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구정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엄마는 내 영웅이었어.
아빠를 미워하는 건 쉬웠는데 엄마를 미워하는 건 쉽지 않더라.
원망과 미움 옆에 여러 가지 감정들이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었어.
사랑, 기대, 슬픔, 죄책감, 외로움, 분노, 연민...
나는 지난 2년간 엄마를 마음껏 미워하면서 그것들을 열심히 들여다보았어.
(P.180)
딸 셋에 삼대독자 동생이 있는 집의 셋째 딸인 나. 언제나 갖고 싶은 게 많았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그렇게 쌓인 것들이 엄마의 말 한마디에 무너져 펑펑 울던 날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는 겉으로 다 드러내는 것 같지만 진짜 속마음은 꼭꼭 숨겨두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최진영 작가의 산문에서 발견한 문장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이 만화의 딸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내가 되는 꿈』에 쓴 ‘책가방론’이나 ‘지름길론’처럼 나만의 인생 이론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서른살론’이 있다. 요약하자면, 누구나 어릴 때 받은 상처가 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심각한 트라우마가 아닌 이상 ‘그때 받은 상처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말은 딱 서른 살까지, 길게 잡아서 서른세 살 까지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 이후부터는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자기 의지로 살아온 세월을 믿고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고 감당하기. 어린이 최진영은 계속 서운해할 수 있다. 어린이 최진영의 마음을 풀어주는 건 이제 내 몫이다. 나에겐 어린이 최진영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_최진영, 『어떤 비밀』 320쪽
✦ 문학동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