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 문학동네 청소년 68
문이소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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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에 과거로 온 미래인에게 버섯 재배를 알려주고, 안 나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알파고 곱하기 챗지피티보다 십억 경배 뛰어난 인공지능 팬과 교감하고, 외계인이 친구의 의미를 깨닫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행복한 기억으로 죽음을 맞길 바라고, 누더기 여사의 새끼 고양이가 살길 바라는 마음. 이렇게 착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_P.86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연인도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날 이해한 사람은 없었어요. 내 그림을 진지하게 봐 준 사람은 더더욱 없었고요.”
- 나 역시. 나를 만들어 낸 세계 최고 두뇌들도 내 번민을 이해하지 못했소.
”그건 경배 씨가 이해해요. 누구나 같은 질문으로 존재를 탐구하진 않잖아요.“
『젤리의 경배』

_P.173
난 그렇게 작은 고양이 새끼를 본 적이 없었어. 숨도 쉬지 않기에 곧 가는구나 싶었는데, 누더기 여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핥더라. 미요, 막내가 울자 누더기 여사도 울었어. 나도 울고 싶었는데 난 눈물이 없잖아. 그래서 노래를 불렀어, 봄에 고양이들이 부르는 다정한 청혼의 노래.
『봉지 기사와 대걸레 마녀의 황홀한 우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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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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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의 홍수에도 관심 없던 내가 남의 연애를 응원하게 되다니. 결혼이 연애의 결실은 아니지만 김멜라 작가와 온점이 무사히 60살이 되길 바란다. 『저녁놀』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멜라지는 마음』를 읽으면서 온전히 또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_P.62
“아이스크림이 좋다고 하나 먹고 두 개 먹고 세 개 먹으면 배탈 나잖아. 내가 너무 좋다고 하면 탈이 날 수도 있어. 어쩌면 귀신이 보고 있다가 우리 사이를 질투해서 갈라놓을지도 몰라. 그래도 계속 좋다고 표현해야 할까?”
“응, 계속해.”
온점은 간단하고 명쾌하게 대답한다. 말하고 꺼내놓는 태도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단 걸 나는 온점에게 배운다.
_P.140
너는 모르지. 네가 네 손에 달린 드라이버와 나사와 조이개로 나를 풀고 해체하고 솔질한 다음 다시 조립했다는 걸.
_P.253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온점이 내게 묻는다. 오랜 시간 나는 아무 일도 없다며 내 흔들리는 어금니를 숨겼다. 하지만 이제는 온점 앞에서 입을 벌린다. 안 그러면 그것들이 내 안에 쌓여 이불 무덤에 묻히게 될 테니까.
_P.302
“신은 나에게 멜르기 좋은 사람을 주셨어. 그러니 소설을 못 써도 괜찮아. 소설을 쓰든 안 쓰든 나는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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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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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로서 동생의 상태를 알면서도 외면한 카르멘, 신학생이라는 신분은 차치하고 성인인 훌리안은 미성년자와 성관계했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나를 방치했다. 만약 열일곱 아나가 임신 중지를 스스로 결정했어도 그들은 죄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그 한마디에 숨어 자신들의 잘못을 합리화한다. 고해를 통해 자신은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모순적인 종교인들의 태도를 볼 때면 짜증이 난다.

_P.173
“나도 몰라. 그 사람이 알아보고 내게 설명해 줄 거야. 그리고 돈도 좀 줄 거야. 나한테는 그렇게 큰돈이 없으니까. 그는 나한테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어. 나 대신 자기가 결정하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 “너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같이 결정하자고 해.” 내가 나서며 말했다. “그는 그럴 수가 없어.“ 아나가 말했다. 그는 결코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도 이름을 밝힐 수도 없을뿐더러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그가 아나에게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는 말을 듣자 울컥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건 책임을 전적으로 아나에게 돌리겠다는 뜻이었다. 죄책감마저도. 물론 그 남자가 죄책감을 느낀다면 말이다.
_P.316
나는 일단 아나를 통해 그 욕망을 채웠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그런 짓을 저지른 내 자신을 저주하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한 번 이상 고해했다. 나는 마누엘 신부님과 그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부님은 아나가 죽기 전은 물론 죽고 난 후에도 여러모로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신부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_P.403
하느님의 뜻이었다. 특히 이번만큼은 하느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제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제가 이루었나이다.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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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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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은 익스펜더블을 은퇴한 미키에게 크리퍼에게 준 폭탄을 찾아오라고 한다. 미키는 폭탄을 그들에게 주지 않고 숨겼는데 그 폭탄은 크리퍼가 발견해 다른 종족에게 넘어갔다. 원자로에 이상이 생겨 폭탄을 찾지 못하면 연료가 부족한 위험 상황이 온다. 미키는 팀과 함께 크리퍼인 스피커의 도움을 받아 그 종족을 만나러 간다. 인간은 그들의 겉모습에 적으로 간주했지만 사실 그들이 원주민이고 인간은 침략자일 것이다. 그래도 크리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인간을 해치지 않고 합의를 이끌기도 한다. 인간이 그들에게 괴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 행동과 결정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나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점점 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 인간의 몸에서 뇌를 제외한 신체의 모든 것이 대체되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키7』에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더 있다.

_P.23
2년 전 에잇에게 그런 일이 있은 후로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인이든 텐이든 지금쯤 그들이 몇 번까지 뽑아냈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오직 나뿐이라는 것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마샬이 탱크에서 복제본들을 꺼내 원자로 안에 던져 넣든 검투사 놀이를 하든 뭘 하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셈이다.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관이 있다고 봐야겠지.
_P.160
유니언의 의료 과학은 여러모로 정말 놀랍다. 우리는 유전적으로 똑같은 새 장기를 얼마든지 바이오 프린팅 할 수 있다. 과거 디아스포라 이전의 암흑 시대에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간 부전이나 동맥경화, 폐 질환 등의 100여 가지 각종 질병으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건 마법이 아니라서 우리가 교체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장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뇌다.
_P.322
스피커가 소리쳤다. “난 경고를 했어! 경고를 했단 말이야! 디거들이 무해하다면 내가 경고를 했을까? 내가 양치류에 대해 경고해야 할까? 아니! 내가 바위에 대해 경고해야 할까? 아니지! 너희는 여기서 이방인이야. 경고를 하면 들으라고!”
_P.403
“우리는 합의를 했다. 당신은 우리를 배신했다. 이젠 우리와 또 다른 합의를 하고 그들과 맺은 뭔지 모를 합의를 배신하려고 한다. 통상적인 합의 방식이 아니다. 결코 전례 없는 일이다.”
“정말? 우리 종족은 빌어먹게도 허구한 날 이런 짓을 해.” 그것이 몸을 떨었다. “당신 종족은 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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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는 개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유진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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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레가 보석을 줍고 그 사실을 하숙집 주인 비롱 부인이 알게 된다. 비롱 부인은 게레가 그 보석을 훔치고 그러기 위해 살인을 했다고 생각한다. 비롱 부인이 게레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게레는 그 시선에 자신감을 얻는다. 게레는 점점 보석보다 비롱 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해진다. 이건 사랑일까. 사강이 쓰는 사랑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가장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 같다.

_P.38
게레는 거울 가까이 다가갔다. 찡그린 표정을 펴고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덮어 이마에 납작하게 눌러보았다. 불현듯 처음으로, 그러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할 뻔했다.
_P.208
"나 기다릴 거지......?"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게레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맹세해줘,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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