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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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로서 동생의 상태를 알면서도 외면한 카르멘, 신학생이라는 신분은 차치하고 성인인 훌리안은 미성년자와 성관계했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나를 방치했다. 만약 열일곱 아나가 임신 중지를 스스로 결정했어도 그들은 죄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그 한마디에 숨어 자신들의 잘못을 합리화한다. 고해를 통해 자신은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모순적인 종교인들의 태도를 볼 때면 짜증이 난다.

_P.173
“나도 몰라. 그 사람이 알아보고 내게 설명해 줄 거야. 그리고 돈도 좀 줄 거야. 나한테는 그렇게 큰돈이 없으니까. 그는 나한테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어. 나 대신 자기가 결정하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 “너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같이 결정하자고 해.” 내가 나서며 말했다. “그는 그럴 수가 없어.“ 아나가 말했다. 그는 결코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도 이름을 밝힐 수도 없을뿐더러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그가 아나에게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는 말을 듣자 울컥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건 책임을 전적으로 아나에게 돌리겠다는 뜻이었다. 죄책감마저도. 물론 그 남자가 죄책감을 느낀다면 말이다.
_P.316
나는 일단 아나를 통해 그 욕망을 채웠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그런 짓을 저지른 내 자신을 저주하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한 번 이상 고해했다. 나는 마누엘 신부님과 그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부님은 아나가 죽기 전은 물론 죽고 난 후에도 여러모로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신부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_P.403
하느님의 뜻이었다. 특히 이번만큼은 하느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제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제가 이루었나이다.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말입니다.

✦ 푸른숲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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