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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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산왕산을 다스리던 호랑이였던 태경은 나쁜 사람도 많이 먹었지만 죄 없는 사람도 먹었기에 살생의 죄로 현생에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 표지 때문에 가벼운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루는 사건들이 약자에게 일어나고 매우 현실적이다. 그리고 실종 아동을 다룬다는 점에서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도 생각났다.(다들 이 드라마 봤으면)

_P.22
"선녀님께서 이르시길, 특별한 손님이 올 것이므로 성심껏 맞으라 하시더군요. 예약 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신령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으나 해가 저물며 달라졌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꿈을 꾸는 듯 어떤 영상이 덮쳐왔어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저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었지요. 으르렁거리며 날뛰는 모습이 어찌나 무서운지 오금이 저렸습니다. 산왕산 입구를 통과해 향하는 방향이 분명 이 신당인지라 밖으로 나왔지요. 그랬더니 빨간색 K3가 나타나더니...... 차에서 내리는 산신님 모습이 보였습니다요."
_P.157
"지금이 좋아. 호랑이 기운을 느끼는 특별한 시간들이. 평범한 사람 같은 건 되고 싶지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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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ㅣ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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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킬러 나나오는 정말 운이 없구나. 난 안 읽었지만 불릿 트레인을 본 독자는 더 재밌지 않았을까. 명절에 개봉하는 잘 만든 오락 액션 영화를 본 것 같다. 이런 영화에는 후반에 꼭 반전이 등장하는데 소설도 그랬다.

_P.122
마리아가 극장에서 습격당하는 것도 저지하고 싶었다. 무엇 보다 이 호텔 자체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_P.218
"매화나무는 매화꽃을 피우면 돼. 사과나무는 사과를 맺으면 그만이고. 장미꽃과 비교한들 아무 의미도 없어."
_P.229
"아니,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착한 사람은 아니지. 나랑 소다 그리고 당신이 고용한 코코도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을 해왔어. 착할 리가 있나."
_P.288
"잘 들어, 넌 운이 없어."
_P.312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 호텔? 시체 천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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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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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를 침략해 나눠 가진 뒤 자원을 약탈하고 원주민을 학살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침략자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거나 광기에 사로잡혔던 건 어쩌면 벌이 아니었을까. 중편 소설이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와 화자 말로가 혼자 말하는 형식이라 쉽게 읽히진 않았다.

_P.11
인간의 꿈, 영국연방의 씨앗, 제국의 싹....... 이 위대한 것들 가운데 저 강의 썰물을 타고 신비로운 미지의 땅으로 흘러가지 않은 게 있었던가!
_P.34
그곳에서는 과열된 지하 묘지처럼 고요하고 흙냄새 나는 분위기 속에서 죽음과 교역의 즐거운 춤판이 벌어지고 있더군. 마치 자연의 여신이 침입자들을 물리치기라도 하려는 듯 위험한 파도로 경계를 이루어놓은 무형의 해안을 따라서, 또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강과 개울을 넘나들며 춤판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곳의 강기슭은 썩어서 진흙이 되어가고 있었고, 물은 점액처럼 걸쭉해져서 뒤틀린 맹그로브 숲을 침범하고 있었어. 맹그로브 숲은 극단적이고 무력한 절망에 빠진 채 우리를 향해 온몸을 비틀고 있는 듯했지. 우리는 그 어디서도 특별한 인상을 받을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모호하면서도 숨이 막힐 듯한 궁금증 같은 것이 점점 커져만 갔어. 그것은 악몽의 암시에 둘러싸인 피곤한 순례나 마찬가지였지.
_P.73
그들이 욕망하는 것은 대지의 저 깊은 내장에서 보물을 뜯어 내는 것일 뿐, 금고를 터는 절도범이 그러하듯 그 욕망의 한 구석에는 그 어떤 도덕적 목적도 존재하지 않았지.
_P.139
그는 내가 그곳 상황을 너무 모른다면서, 그 머리통들은 반역자들의 것이라고 말했어. 내가 심하게 웃음을 터뜨리자 충격을 받더군. 반역자라니! 과연 다음에는 어떤 설명을 듣게 될까나? 원주민들을 적이라고 했다가, 범죄자라고 했다가, 일꾼이라고 했다가, 이제 이들은 또, 반역자라고 하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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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라 -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김아인 지음 / 허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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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정신 전산화 소재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이 기술을 독점하는 기업의 음모나 부패를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스파이라』는 인아영 평론가의 심사평처럼 낭만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타인의 이념이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타인이 선택하는 인생을 재단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_P.8
에피네프라는 이름도 낯선 전염병, 인구의 급감에 따른 온갖 마비와 장애. 기억과 인격을 데이터화하는 정신 전산화 기술의 개발과, 그 기술을 독점해 고객들에게 제2의 가상 인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AE(Artificial Eden)의 설립. 알고 있던 것과 알지 못하는 것, 대비해 오던 것과 조금도 대비하지 못한 것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뒤섞이는 그 혼란 속에서 우린 이후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거기에 적응해 내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될지 조금도 몰랐다.
_P.17
"생각해 봐. 통 속에 뇌만 덩그러니 담긴 채로 한 기업이 독점하는 가짜 천국 같은 곳에 목숨을 의탁하는 거잖아. 조금 추하지 않아? 그런 내세가 보장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삶을 반쯤 내던지고 사는 것도 마찬가지고. 가끔 AE가 세상을 더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_P.101
이제 누군가의 죽음이란 반드시 울거나 오랫동안 슬퍼해야만 할 일이 아니었다. 죽음의 의미나 그 무게가 달라져서가 아니었다. 달라진 건 우리였다.
_P.195
"그렇긴 하지만... 저는 낙관적인 사람이에요. 이렇게 됐어도 아직 확률보다는 가능성을 믿어요.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바뀔 세상을 보고 싶네요."
_P.206
"그런 건 모르는 거야. 네가 남들 인생을 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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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풍경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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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인 힘의 지배를 받는 게 인간이라는 점이 좋았다. 물체나 동물로 대체되는 것보다 현실적이랄까. 고즈넉한 소설 속 배경과 대비되는 어둡고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의 이야기였다. 특히 『이그나츠 데너』의 주술적인 부분이 소름 끼쳐서 기억에 남는다.

_P.60
"저놈을 쫓아가, 빨리 쫓아가라고, 뭘 꾸물대는 거야? 코펠리우스, 코펠리우스가 나의 최상품 자동인형을 빼앗아 갔어. 20년 동안 작업한 인형이야. 신명을 바친 거라고. 기계 장치, 언어, 동작, 모두 내 거야. 눈알, 네게서 훔친 눈알이야. 망할 놈, 저주받을놈, 저놈을 쫓아가, 올림피아를 데려와, 여기 눈알이 있군!"
『모래 사나이』

_P.86
"그때 그 낯선 남자에게서 어떤 것도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고 소리치던 내면의 목소리가 지금도 그치지 않아. 나는 자주 내적 비난에 시달리고 있어. 낯선 남자의 돈과 함께 부당한 재물이 우리 집에 들어온 것 같아. 그래서 그 돈으로 마련한 어떤 것에도 제대로 기뻐할 수 없는 거야.(...)사랑하는 조르지나! 당신은 그 사람이 어떤 상대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거 눈치챘어? 그러면서 깊숙이 자리한 작은 눈이 이따금 아주 기이하게 번득이지. 그는 우리가 소탈한 이야기를 할 때 몹시 비열하다고 할 정도로 웃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더라고. 아,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배후에 온갖 불길한 재앙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어. 그 낯선 남자가 우리를 교묘한 올가미로 옭아매고 나면 단번에 재앙을 불러올 것만 같아."
『이그나츠 데너』

_P.208
"(...)'상투스가 울릴 때 교회를 떠나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고 반드시 벌을 받아요. 당신은 이제 곧 교회에서 더는 노래하지 못할 거요!' 그것은 농담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한 말이 왜 그렇게 장엄하게 들렸는지 모르겠어요. 베티나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말없이 교회를 떠났어요. 그 순간부터 그녀가 목소리를 잃어버렸거든요."
『상투스』

_P.319
"종형제, 어리석음이 모든 힘으로 너를 사로잡고 있는데, 간청하노니 그 어리석음에 저항해라! 너의 시작은 무해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주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라. 너는 지금 부주의한 망상으로 인해 살얼음판에 서 있고, 네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얼음판이 깨져 풍덩 빠지고 말 거야. 나는 네 옷자락을 붙잡아 주지 않을 거야. 네가 스스로 빠져나올 거고, 죽을 정도로 아픈 상태에서 '꿈에 감기에 좀 걸렸어요'라고 말하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 그러나 사악한 열병은 네 생명의 골수를 갉아먹고,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너는 기운을 차리게 될 거야. 네가 너의 음악으로 감상적인 여자들을 평온한 휴식에서 끌어내는 것 말고는 더 나은 일을 할 줄 모른다면, 악마가 네 음악을 앗아가 버렸으면 한다."
『장자 상속』

_P.414
"아이는 내게 맡겨! 오, 아이는 내게 맡겨. 당신은 나의 영원한 행복을 빼앗아 갈 수 없어. 그리스도의 이름, 성모의 이름으로 간청하겠어. 아이는 내게 맡겨, 아이는 내게 맡겨."
『서원』

_P.512
작가 호프만은 인간 심리의 비밀스럽고 어두운 면에 더욱 주목한다. 이러한 후기 낭만주의를 특징적으로 일컬어 '공포 낭만주의 (Schauerromantik)'라고 한다. '공포 낭만주의'란 초자연적인 요소가 풍부한 초기 낭만주의의 환상적 이야기들 대신에 점차 세계의 악마적 힘, 인간 내면에서 파멸을 가져오는 어둡고 기이한 정신적 과정, 사악한 충동, 광기, 불안, 경악 등을 소재로 하는 경향을 말한다.
『권혁준, 해설』

✦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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