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다르고 어 다르다 - 슬기로운 낱말 공부
김철호 지음 / 돌베개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 공부를 하는 까닭


저자는 프롤로그에 말의 역사와 상상력, 의미소의 정체, 인수분해 학습법의 쓸모, 근대와 현대어, 이 책의 특징으로 #말공부 를 하는 까닭을 적어 일단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프롤로그 마지막에는 독자들에게 '말의 세계'에서 한 판 신나게 놀아보자고 말을 건다.


그중에 #상상력 에 관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상상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아무런 바탕이 없는 곳에서 마법처럼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이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서 파편처럼 따로따로 널브러져 있던 개별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발견해 내는 능력이다.」


언어의 관계와 이해를 돕는 책


이 책은 69개 의미소에 딸린 낱말과 표현 3,000여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연관어를 계열화하기 위해서이며, 우리말 어휘들을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제시하여 어휘력과 문장력을 키우고, 나아가 언어를 통해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는 상상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한자 의미소로 된 낱말의 다양한 용례를 통해 낱말 구성의 원리와 그 실제를 톺아 적확한 표현과 정밀한 글쓰기의 기반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사유의 힘을 기르도록 돕고, 낱말의 의미와 뉘앙스, 표현의 적확성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사유능력과 상상력의 확장


저자는 이 책은 학습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사고력을 넘어선 사유능력과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한다. '사고력'은 생각을 도구화한 개념이다. 예컨대 진학을 위한 시험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사고력이지만, '사유능력'과 '상상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 두 가지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言)'은 말, '어(語)'는 이야기


'언'의 뜻은 단순하고, '어'의 의미는 복잡하다. 자전에는 두 의미소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언(言)

말(하다)

묻다, 알리다


어(語)

말(하다). 이야기(하다)

대답하다, 가르치다, 설명하다, 깨우치다, 의논하다



언어, 한국어 그리고 소통


언어는 인간 존재의 핵심인 사유와 소통의 수단이자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경계선이다. 언어의 진화는 인류의 진화와 거의 같은 의미를 띤다. 언어는 문화와 더불어 진화한다. 그런데 이런 언어가 인터넷의 영향으로 퇴보하고 있다. 더불어 사유능력과 소통능력도 저하되고 있다.


'정밀한 언어'와 '정밀한 사유'는 거의 동의어다. '정밀한 사유'와 '언어'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잘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삶의 질을 좌우한다. 언어는 의사전달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정신을 외화(外化)하는 자기 존재의 일부이자 연장(延長)이다.


한국어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찍이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은 16세기를 시작으로 19세기 메이지 유신 때까지 엄청난 수의 서양 단어를 한자어로 번역했고, 한국을 강제 점령한 일본은 황국 신민화를 위해 일본어 교육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이지만 일본인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한국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소통의 도구가 바뀌었을 뿐이다. 말은 소통의 도구이자 자신을 드러내고 또 표현하므로, 말은 곧 자신이기도 하다.


읽는 중간중간 아주 오랜만에 만난 단어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여서 뇌의 어느 구석엔가 있다가 이 책 덕분에 깨어난 단어들이다. 저자는 국어사전의 오류 또는 분명하지 않은 설명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거나 제안을 하기도 한다. 언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