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 속 세계사 - 129통의 매혹적인 편지로 엿보는 역사의 이면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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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인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가 고대 이집트와 로마부터 현대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과 장소를 아우르는 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황후, 여배우, 폭군, 예술가, 작곡가, 시인 등 편지를 쓴 사람도 가지각색이다.


편지 중에는 다른 이에게 공개하기 꺼려지는 내용도 있다.

이렇게 책으로 엮어진 것을 알면 당사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자는 편지만큼 직접적이고 진실한 글은 없다고 말한다. 고대 이집트, 로마부터 현대 미국, 아프리카,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문화, 전통, 국가, 인종을 아우르는 편지가 담겨있고, 이 편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사를 바꿔놓았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편지의 마법에 대해 깊이 생각한 괴태는 '편지는 한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회고록'이라고 했다. 저자는 편지에 담긴 용기, 아름다움, 진정성에 감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손으로 쓴 편지를 주고 받은지 한참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가을이니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편지만큼 직접적이고 진실한 글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릴 수 있는 감정과 추억을 본능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세상이 결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삶에서 수많은 시작과 끝을 마주하므로, 우리는 절박하게 사랑이나 미움으로 묶인 관계를 확인하려 듭니다. 어쩌면 이러한 관계를 종이에 기록함으로써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더욱 생생하게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편지가 무척 많지만,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이 단지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선택된 건 아닙니다. 전쟁이든, 평화든, 예술이든 아니면 문화든 어떤 분야에서 특정 방식으로 인간사를 바꿔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천재의 눈을 통해 또는 괴짜나 평범한 사람의 눈을 통해 아주 흥미진진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P. 12~13 


편지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마하트마 간디가 히틀러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의 첫 시작을 '찬구에게'라고 썼다. '격의 없이 친구로 부르겠소. 내게는 적이 없소. 지난 33년 동안 살면서 내가 해온 일은 인종이나 피부색, 신념에 관계없이 모든 인류와 친구가 되는 것이었소.'가 첫 단락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편지는 미국 마흔 번째 대통령 조지 부시가 자신의 뒤를 이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빌 클린턴에게 보낸 편지다. '친애하는 빌, 나는 방금 이 집무실로 걸어 들어오면서 4년 전과 똑같은 경탄과 경의를 느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그런 감정을 느끼겠지요. 이곳에서 큰 기쁨을 얻길 바랍니다. 외로움을 느꼈다는 대통령도 몇몇 있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로 시작된다.


한국의 정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의 편지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담아 품위있는 편지를 전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이 마땅히 갖춰야 하는,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 태도다. 서로 비방하고 욕하느라 바쁜 한국 정치 현실이 참 안타깝다.

<출팒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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