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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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전10권)

평생의 지적 편력을 집대성한 최후의 저작 시리즈


1962년의 《흙 속에 바람 속에》가 이어령 지적 편력의 시작이라면,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끝맺음이다. ‘한국인 이야기’ 집필은 77세 때 시작되었다. 예기치 못한 암 투병 속에서 10년 만인 2020년 시리즈의 첫째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고, 그 이후로도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반복하며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을 꿋꿋이 이어왔다.


작고 후 시리즈 두 번째 책인 《너 누구니》가 출간되었고, 《너 어떻게 살래》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저자 이어령은 생전에 이 유작 시리즈를 자신의 ‘백조의 곡’으로 정의했다. 울지 않는 백조가 죽을 때 단 한 번 우는 것처럼 혼신을 기울인 최후의 저작 시리즈이며, 자신의 길고 긴 지적 여정을 집대성한 대표작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한국인 이야기’는 시원에서부터 형성되어온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와 민족적 정체성에 관한 연작이기도 하다. 또한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문화의 시원과 미래를 아울러 조감하며, 동시에 그 정수가 될 생명사상까지 제시하는 회심의 프로젝트다.


너 어떻게 살래


이어령이 인공지능과 한국의 미래에 관하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대로 이어가는 책이다. 그는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려는 마음으로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를 혼신의 힘으로 엮어 냈다.


서두에 전 국민적 관심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알파고'가 등장한다. 저자는 아이들도 이해해야 한다는, 또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접근해야만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지론을 펼치며,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 인터넷 댓글부터 문명론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동원하여 이야기를 펼친다. 시대를 넘나들고,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기계와 생명에 대해 폭넓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독자에게 말을 건네면서 기계와 생명의 본질을 살피고 그 관계의 의미를 톺아본다.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노력한 AI 인문서이지만, 그동안 인공지능에 별다른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독자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란 인간(아날로그)과 컴퓨터(디지털)의 접촉면이다. 어려운 이야기할 것 없다. 찻잔이 뜨거워 만질 수 없을 때 손잡이를 달아주면 해결된다. 쥘 수 없는 뜨거운 잔과 나 사이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는 손잡이가 바로 인터페이스다.〈인터페이스 고개〉 중에서


빅브라더


AI은 반세기 전인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매카시가 제안한 말이다. 아사비스가 알파고를 낳았다거나, 구글에 양자로 보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 독자의 흥미를 북돋는다. AI가 막 생겨난 상황, 윤리, 구글, 안드로이드, 다른 세상, 바둑, 체스, 코딩 교육, 태극, 보강송, 오리 인형 등에 관한 내용은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내용이다.


구글은 검색엔진,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으로 디지털 제국을 구축 중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운영사 메타도 여기에 합류를 하려고 한다.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업데이트를 안내 중이며, 7월 26일 이후에는 업데이트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계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에 대항해서 약관 변경을 추진한다지만, 이는 결국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이며, 이용자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다.


4차 혁명과 디지로그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어로, 기술용어라기보다는 좀 더 넓은 IT 전반의 문명 현상을 담고 있는 키워드이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 정보 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디지털과 비 디지털의 이항대립체계를 해체하거나 그 경계를 관통하는 통합 개념으로 '디지로그'라는 말을 새롭게 구축했다.


본격적인 디지로그의 시대가 4차혁명시대로, 지금까지는 지난 후에야 '혁명'이라고 붙였으나, 4차혁명은 진행되는 도중에 '혁명'이라고 붙였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숫자를 붙여서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선형논리로,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두고 보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립하는 두 세계를 균형 있게 조화시켜 통합하는 한국인의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갈 날이 우리 눈앞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디지로그


저자는 한국은 산업주의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디지로그 자산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며, 상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세상이 온다고 말하면서, 따듯한 가슴을 가진 한국인이 세상을 앞서간다고 말하면서 이 책의 끝을 맺는다. 디지로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디지로그'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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