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ㅣ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평점 :
깨달음은 무엇인가
스물여섯 살에 다국적 기업의 임원으로 지명되어 사회적 성공을 이룬 듯 보였으나 매일 불안과 걱정, 허탈감 그리고 무력감이 반복적으로 들었다. 쉴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던 어느날, 우연히 시도한 명상에서 갑자기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어'라는 말이 내면에서 들렸다. 저자는 그길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행을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
"어느 날 가슴속에서 뭔지 모를 슬픔이 맺히더니 점점 더 깊어졌고, 한계에 다다른 기분이 들었고, 불상을 향해 더는 못하겠다고 소리치면서 도와달라고 외쳤다. 그런 다음 수십 번 절을 올렸는데, 얼마 뒤 가슴에 맺힌 슬픔이 아주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슬픔 대신 경외감으로 차올랐다. 깨달음은 새벽의 태양처럼, 아침의 이슬처럼 서서히 찾아왔다."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해서 엄청난 각성을 하거나 특별한 정신 상태에 도달한 것은 아니나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남을 느꼈고, 그로 인해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때 얻은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지, 내가 곧 생각과 같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인생에서는 언제고 폭풍우를 맞이하게 됩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입니다. 이때 자기 생각을 모두 닫아버린다면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좀 더 평온한 시기에 생각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면 두려움과 아픔이 마침내 당신을 찾아왔을 때 가느다란, 그러나 굳건한 구명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후 태국에서 승려의 삶을 택해 17년간의 수행을 마친 그는 고국인 스웨덴으로 돌아와 사람들 속에서 살던 중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급격히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나누는 강연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가 2022년 1월 망설임과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현재에 존재하는 삶
정신이 딴 데 가있는 사람은 알아차리기 쉽다. 본인만 모를 뿐이다. 아마 상대를 잘 속였다고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영리해 보이는데 집착하고 사느라 현재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잊고 사는 것이다.
두려움이나 불안은 중독성이 있다. 우리의 관심과 주의를 빼앗으며 새로운 불안을 불러온다. 저자는 우리 뇌는 무언가를 없애는 방향으로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이나 두려움이 엄습할 때는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하면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생각 내려놓는 법'을 배우기를 권한다.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내려놓을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연습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잠재된 능력을 무시하거나 아예 잃어버린다면, 우리 삶은 여태까지 몸에 깊이 밴 행동과 관점에 좌우됩니다. 모든 결정을 습관적으로 내리게 되지요. 이를테면 과거에 목줄이 묶여 끌려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우리는 같은 트랙을 계속해서 돌고 또 돌게 됩니다. 그런 삶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존엄도 품위도 없습니다. P.36, 과거라는 목줄
저자는 17년간 수행을 했다고 해서 완전한 평화를 손에 넣은 것은 아니지만, 밀려오는 불안과 괴로움을 믿는 대신 두고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기자가 질문했다. "17년 동안 승려로 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저자는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라고 답했다.
저자가 명상을 할 때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과연 깨달음이 오기는 할까 하고 고민할 때, 갈등이나 후회, 두려움에 빠질 때 사용하면 좋을 마법의 주문을 스승이 알려주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이 말은 아주 단순하고 진실하지만, 좀처럼 실천하기 어렵다. 이 말 외에 담아둘 말은 "별 일 아니야"가 있다.
수행, 승려 등 불교 관련 용어가 등장하지만, 종교와 상관없는 책이다. 읽어보면 마음에 위안이 되는 책으로, 아주 솔직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어서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