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유전자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요아힘 바우어 지음, 장윤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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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삶


독일의 저명한 신경생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이 책의 저자 요아힘 바우어는 '이기적 유전자'가 화제가 되는 세상에 맞서 ‘인간성’을 내세운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으로, ‘공감과 공존’을 바탕으로 하며,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헤치고 가능성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공존’은 저자의 주된 관심사이다. 요아힘 바우어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유전자는 의미 있고 인간 친화적이며 사회적 태도에 반응한다. 환경적 요소와 생활 방식에도 반응한다. 따라서 가치 중심적이고 공동의 삶을 지향하는 내면의 태도는 우리에게 이로운 유전자 활동을 이끌어내며, 그로 인해 우리가 건강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음이 원하면 유전자는 그에 따라 반응하고 활동한다. 타고난 유전자가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로운 유전자 활동을 이끌어냄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류에게 산적해 있는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행복으로 가는 길을 '에우다이모니아'라고 칭했다. 흔히 이를 '행복'이라고 옮기지만 저자는 '좋은 삶'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임마누엘 칸드는 인간이 마음 자세를 통해 자신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미 오래전에 했고, 여러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도 의미 지향적인 에우다이모니아적 삶의 태도가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끝에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이에 더해 에우다이모니아적 '마인드셋'이 인간의 두뇌에 신경생물학적 지문을 남긴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유전하자들 또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체코-오스트리아 아구스터노회 수도사였던 그레고어 멘델이 거의 200년 전에 진행한 유전 연구의 토대가 되었던 완두콩 연구의 '좋은' 그리고 '나쁜' 유전자가 잇다는 단순화된 학설로 인해 사람들은 모든 결함을 유전 탓으로 돌렸다. '이기적 유전자'를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를 연구한 학자가 아니며, 논제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학자들도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이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책의 결론은 지금껏 철회되지 않고 있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결정적인 것은 누군가가 '좋은' 또는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았는가와 상관없이 개별 인간의 삶 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어떻게 조절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유전자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중독과 행동장애 그리고 대부분의 정신 질환처럼 사회심리적이로 심신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장애들도 얼마 전까지는 유전병으로 설명되었다. 다른 많은 신체적 질병들(과체중, 고혈압, 당뇨, 심장병, 감염에 대한 취약성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런 벙에 걸리는 주요 이유는 각 개인이 처한(혹은 선택한) 생활환경에 의해서이다.


나는 직업상 유전자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 내게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도킨스의 주장은 다소 터무니없게 들린다. 이는 마치 한 시계 가게 주인이 스위스 시계 공장을 방문하고 나서 ‘이기적인 시계톱니바퀴’란 제목의 책을 펴낸 것과도 같다.


그런 이유로 나는 먼저 협력자이자 소통가로서 유전자가 지닌 의미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지난 수년 동안 행해진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나는 우리 인간이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 지향적이고 사회 친화적인 삶을 살도록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세세히 설명할 것이다. ‘유전자와 좋은 삶’ 중에서, P. 29~30


이로운 유전자를 활성화하려면


저자는 우리 인간이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이해되는 '좋은 삶'을 살도록 정해진 존재인지 명백히 파악하여 신경과학과 심신의학 측면에 기여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연구결과 자유 의지로 타인을 돕는 사람이 '이로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밝혀졌다. 자유와 자발성 없이 '좋은 삶'이란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 문화를 중시 여기는 한국에서 자발성이 지니는 연구(Bergey, B.P. 논문, 2019)를 실시했다고 나온다. 결과는 공동체 문화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개별 인격 또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집단(가령 가족이나 회사 또는 국가)에 소속된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개인의 자율성보다 사회적 적응을 도덕적으로 우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내가 생각하는 경향과 다른 부분이 있어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논문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선한 일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요청받은 집단의 경우 (잠재적으로 해로운) ‘위험 유전자 클럽’의 활동 패턴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세 집단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일을 행하는 인류 고유의 인간성은 우리 몸을 만성 염증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유전자 패턴을 활성화시키며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유전자와 좋은 삶’ 중에서, P. 47


인간의 모든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공명을 찾는 행위다. 아이들은 각자 지극히 다른 행위를 드러낸다.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 또한 무의식적인 호소인 경우가 빈번하다.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세계는 우리를 무감각하게 또는 우울하게 만들며 공격적인 성향을 키운다. 그러면 결국 중독될 만한 것을 찾아서 의지하게 될 수도 있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공명도 받지 못하면 몸을 돌리고 만다. 그렇게 공명이 결핍된 틈 사이로 소셜 미디어나 그 외에 인터넷 세계가 제공하는 다른 무언가가 밀려들어온다. ‘공감의 서식지를 이루는 것들’ 중에서, P. 121


저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성'과 '공감'은 선천적으로 인간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없었다면 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유전자는 도덕성을 만들지는 않지만 선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유전자가 혼자서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은 틀렸다. 유전자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반응하고, 정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일부이다. 의미 지향적인 삶과 사회 친화적 공존의 삶을 지향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단 '좋은 삶'은 '좋은 선택'에 의해서 가능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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