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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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에 관해 가장 짧고 강력한 최고의 입문서


인간은 여섯 가지 기본 감정(슬픔, 기쁨, 분노, 역겨움, 놀라움, 공포)과 좀 더 복잡한 20여 가지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인데, 배럿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보편적 감정의 지문은 존재하지 않으며, 감정은 문화와 전후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표현될 수 있는 구성된 개념이자 일련의 개체군 사고임을 보여준다. 


배럿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조차 사회적 구성물임을 주장해 학계를 놀라게 했는데, 그녀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은 '인간의 뇌에 관해 가장 짧고 강력한 최고의 입문서'라는 평이 있는 책으로, 뇌과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생명체에게 뇌가 왜 필요하며, 뇌를 갖게 된 연유를 근본적으로 설명한다. 


뇌의 핵심 임무는 신체 예산 관리 


무게 1.4~1.6kg, 부피 약 1,400cc, 신경세포 1,280억 개, 인지능력과 학습기능, 다채로운 감정, 내면의 삶까지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것이 인간의 뇌로, 신체 예산을 효율적을 관리해 '생존' 할 수 있게 하는 기관이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고 강력하며,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복합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뇌의 주요 임무는 생각이 아니다. 생각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부차적인 기능이다. 


5억 5천만 년 전 지구는 뇌가 없는 생명체가 지배했다. 당시 생물체는 창고기 즉 지금의 활유어(Amphioxus)와 비슷했고, 빛을 희미하게 감지하는 세포 몇 개만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작은 생물체가 입에 들어오면 먹기만 하는 막대기 모양의 위장과 비슷했다. 맛과 냄새를 느끼는 감각기관은 없었다. 


캄브라아기(Cambrian)에 접어들자 감각기관이 발달한 변이들이 등장했고 사냥이 시작된다. 먹고 먹히는 삶이 시작되자 자연선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포식자든 피식자든 조금이라도 더 정교한 감각계를 가진 쪽이 살아남아 진화를 거듭했다. 감각계의 발달은 운동신경계의 발달로 이어졌고, 사냥과 도망은 에너지 효율 싸움이므로 예산 관리와 비슷하다. 생존을 위한 행위의 취사선택은 신체 예산에 따라 예측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한다 


예측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행동을 결정한다. 단순한 예측은 몇 가닥의 신경계만으로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다. 예측으로 효율적인 선택을 한 캄브리아기의 생물은 진화가 촉발되어 몸이 커지고 내부기관도 복잡해졌다. 심장과 심혈관계, 호흡계, 면역계 등이 생겨났고, 신체 예산도 처리 규모가 커졌다. 


수분, 혈액, 염분, 산소, 포도당, 코르티솔, 성호르몬 그 외의 자원을 조절하는 별도의 기관이 필요해졌고, . 몇 개의 신경세포가 점점 복잡한 형태로 변해서 뇌조직으로 진화하여 몇 억년 만에 신체 예산만을 지휘하는 뇌가 생겨났다. 


진화를 거듭하면서 각 동물의 뇌는 자기 몸 크기의 신체 예산을 처리할 규모로 발달했다. 그중 하나는 600개가 넘는 근육을 감독하고, 여러 가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고, 하루에 7,500리터의 혈액을 뿜어내고, 음식을 소화하고, 노폐물을 배설하고, 질병과 싸우는 면역체 등 평균 73년(UN 2019 평균연령)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해내는 인간의 뇌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예측하는 뇌


인간의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을 하며, 기억에서 환각 가지, 황홀감에서 수치심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 내면적 경험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정신적 활동은 신체적 예산을 잘 관리해서 우리를 살아있게 하려는 뇌의 핵심 임무가 낳은 결과물일 뿐이다. 


뇌는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 임무이다. 뇌는 각 세부 기관에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하는데, 예측은 기본적으로 뇌가 일하는 방식이며, 경험한 모든 것들에 기반한다. 예측은 세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주며 뇌의 일상에 해당한다. 즉 뇌가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해내도록 제어한다. 


감정은 사람의 얼굴과 신체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과거 경험에 의한 예측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사람이나 어떤 대상을 신체활동이나 상황과 연결해 의미 있게 만들어내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뇌가 예측하고 짐작함으로써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일하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구성해 내는 것이다. 예측은 신체의 감각과 연결되어 단순한 느낌을 주변과 연관 지어줌으로써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가끔은 그 결과물이 감정이다. 감정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감정을 더 잘 조절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삶을 사람들도 많다. 뇌는 지정된 작업을 하므로, 뇌가 감정을 만드는데 쓰는 재료를 바꿔주면 뇌가 다르게 예측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뇌를 이해하면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경험을 다르게 구축할 수 있어서 

감정적 고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낮출 수 있다.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들어주는 책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과 달리 본능을 담당하는 도마뱀의 뇌(도는 파충류의 뇌),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이성을 담당하는 신피질이 층을 이루어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1990년대에 이르러 거의 폐기되었으나, 아직도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분자생물학에 의하면 파충류와 포유류들이 인간과 같은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전학적 증거들은 모든 척추동물의 뇌가 마치 DNA처럼 하나의 제조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과학적 증거에 따르는 한 우리의 뇌는 취, 고양이, 악어, 도마뱀, 칠성장어와도 같은 제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즉 자연선택은 특별히 인간을 향해 진행된 것은 아니다. 자연 속에서 보면 인간은 그저 특정 환경에 적응력을 갖춘 동물 중 하나이고, 다른 동물들도 각자 독특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특정 환경에 적응해왔다. 우리의 뇌는 다른 동물보다 더 진화한 것이 아니라 다르게 진화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만들어낸 경험은 뇌가 만들어낼 예측이 된다. 즉 우리는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존재이므로 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진화생물학, 심리학, 인류학을 아우르며 최신 뇌과학 연구들을 비유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심리학이나 뇌과학은 업무와 관련이 있어 자주 접했던 분야여서 쉽게 읽은 책이다. 그러나 심리학이나 뇌괴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읽기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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