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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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무엇이 엄청나게 중요하게 강조된다는 것은 

그것이 엄청나게 위협받고 무시당해왔다는 반증일 때가 많다.


약속과 정의 따위는 애초에 헌신짝처럼 버린 정치인들이 많다. '저마다의 가치관이 부딪히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누가, ‘모두의 약속’을 위반하는지 따져보면 된다.'라고 말하지만, 법위에 자리를 잡은 권력의 힘에 의해서 죄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그래서 나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에 동의할 수 없다. 정의, 역사, 진리, 섭리... 크고 아름답고 추상적인 단어일수록 수많은 뜻으로 사용되고 또 이용되며, 세치 혀의 말장난에 악용되기 십상이다. 지주 거론되는 '평등', '공정'도 마찬가지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


독일의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니크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라고 말했다. 법은 도덕을 기초로 형성된 것이지만, 도덕과 달리 강제력을 가지기에 법의 규율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저자는 '도덕'보다 '선의'라는 말을 좋아해서 '최소한의 선의'라는 이 책의 제목이 탄생했다.


저자는 수필의 형식을 빌려 법의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개인들이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어떤 가치들이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법이라는 틀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제각기 다른 개인들의 개별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합리적으로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하는 사회,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 이것이 헌법이 지향하는 사회이고, 이런 사회를 지탱하는 사고방식이 법치주의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1, 2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무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장에서


이 책에 나온 대한민국 헌법을 일부러 옮겨 적었다. 

'과연 그러한가?'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된 것은 물론이고 열거되지 않은 것도 경시되거나 침해당한 경우가 많다. 특히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나, 법을 토대로 일을 처리하는 국가기관은 "법 조항에 없기 때문에..."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며, 법을 핑계로 소극적 행정처리를 한다.


일부 복지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헌법에 아름다운 약속들은 써놓았으나,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이를 보장 못 하고 있다. 아직 국가가 그럴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경제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정책 목표는 여러 가지고, 어느 나라든 국방 예산이 최우선 순위라고 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납득은 되지 않는다. 최근 추락한 공군 비행기는 1986년에 도입된 기종이다. 최첨단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판국에, 국방 예산이 최우선 순위라면서도 36년이 지난 노후된 비행기를 사용하고 있다. 기사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최우선 순위가 국방예산이라면 

그 많은 국방예산은 어디에 사용되었을까?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 국가는 인간을 위한 도구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존엄한 것은 대한민국도 아니고, 한민족도 아니다. 인간이다.

p.33


법치주의는 법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누구든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말고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p.82


 ‘자유’에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자유는 때로 편협하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평등, 존엄성, 공존 등 다른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보완해야지 자유를 재정의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유란 백지 같아서 다른 것을 덧칠하면 어느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p.97


언더도그마(underdogma)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피로증을 호소하는 반응 중 하나로, 용어 자체가 반발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신조어다. 미국의 극우 세력인 티파티 논객 마이클 프렐이 2011년 저서 「언더도그마」에서 처음 사용했고, 양자를 의미하는 언더도그(underdog)와 독단적 신념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이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고 인식하는 사회적 현상 또는 오류'를 뜻한다.


저자처럼 나 또한 외국 지인으로부터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이 바뀐 것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아니다.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는 국가는 법치주의 사회,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대본을 직접 맡아 화제를 모은 작가라고 하는데 드라마를 보지 않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에, 평등, 헌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는 책이다. 뒤쪽에 인공지능에 대해 잠깐 다루었는데, 관련 법에 관해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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