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의 젊은 문학 2
서장원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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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모르는이야기 #기억의저편 #소설 #다산책방


민주와 다시 만난 건 우리가 서른셋이 되던 해


늦여름 금요일 저녁이었다. 처음에 민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내게 연락해왔다.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팔로우를 한 번만 거쳐도 서로의 계정을 발견할 수 있었니 민주가 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중략)


일주일 뒤, 민주는 한 시간 반을 운전해 우리 집 근처의 카페로 왔다. 우리는 단박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졸업 이후 만난 적이 없고, 학창 시절에도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었다. 우리는 마주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한참 했다.


(중략)


나는 민주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렇게 사라져버리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러 넣는 것이야말로 소설가의 의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민주의 부탁은 일종의 과업이었고, 그런 과업을 거절하는 사람은 진정한 소설가라고 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잘 쓸 수 있을지,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날 우리는 앞으로의 작업 방식과 작업 기간, 비용을 정한 뒤 헤어졌다. 우선 민주가 정현과의 일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내게 말해주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원고를 작성하기로 했다. 


소설은 첫 시작이 반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설 장르가 다르다. 나의 경우가 추리 소설이다. 전개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소설을 펴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첫 문장이다. 다른 책은 목차부터 본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민주와 다시 만난 건...'이다. 시작이 괜찮다. 이 책에는 서장원의 단편 9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로 실린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덕분에 과거의 한 기억이 생명을 얻게 되는 이야기다.


사람은 기억을 픔고 살아간다. 그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기억도 있고, 꽁꽁 감추고 싶은 기억도 있다. 또는 혼자 살포시 들여다보고 싶은 기억도 있다. 그런 사람의 마음이 훔쳐보는 소설이다. 살다가 불현듯 과거의 어떤 일이 궁금해지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를 수도 있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마지막 단락의 한 문장이다. 이 문장은 저자가 세상에 싶은 말이  많아서 소설을 쓴다는 말로 읽힌다. 


나는 민주를 기억했고, 또 민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므로 

계속 소설을 썼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p35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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