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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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인가?

1942년 8월 29일 남중국해의 작은 돌섬이 영국 땅이 되었고, 이는 영국이 청제국과 맺은 불평등 조약 난징조약의 결과이다. 영국은 1860년에 카오룽반도를 손에 넣었고, 1898년 현재 홍콩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신계지역을 99년간 조차했다. 1961년 무렵 홍콩에서 태어난 홍콩 거주민은 전체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조차

명: 삯을 몰기로 하고 집이나 땅 따위를 빌림

명: 벌률, 특별한 합의에 따라 한 나라가 다른 나라 영토의 일부를 빌려 일정한 기간동안 통치하는 일

홍콩은 혼란한 시기에 대륙에서 피난 온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혁명 지사들의 은거지가 되었고, 베트남 혁명의 아버지 호찌민도 1930년대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홍콩은 20세기 아시아 인민의 피난처이자 공산당을 피해 고향을 떠난 실향민의 도시이다

작가가 우산혁명 이전에 그들을 만나서 "넌 홍콩인이야, 홍콩 차이니스야 아니면 차이니스야?" 라고 물으면 홍콩인은 난감해 했다고 한다. 1997년 7월 1일 중국으로 반환된 뒤, 많은 홍콩 사람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차이니스'로 인식하는 홍콩인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2019년 조사에서 홍콩의 젊은 세대 중 자신의 정체성을 차이니스'라고 답한 경우는 3퍼센트에 불과하다.

중국의 전통을 이어온 홍콩

중화문명의 문화유산이 불타고 버려지던 문화혁명기에 뜻있는 몇 사람이 서적과 유물을 홍콩으로 옮겼다. 그리하여 공자와 관우와 바다의 여신 천후 그리고 풍수지리 사상이 홍콩에 뿌리를 내렸다. 중국의 경극이 노동극으로 전락하자 홍콩은 전승했고, 춘절, 단오, 청명절, 칠석, 중추절, 중양절 같은 중화 5천 년의 전통이 홍콩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다 중국은 2047년 7월 1일까지 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하는 항인치항, 영국이 홍콩에 만들어 놓은 체제를 유지하는 일국양제, 중국이 홍콩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고도자치, 이상의 세 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홍콩을 떠난 이들도, 남은 이들도 이 약속을 믿지 않았다.

1989년 4월 베이징 천안문광장 학살 이듬해 1990년에만 약 6만 2천 명이 이민을 떠났다. 당시 인구의 1%가 1년 만에 홍콩을 떠났다. 1994년까지 해마다 비슷한 사람의 수가 홍콩을 탈출했고, 그 추세는 중국에 반환 이후 잠잠해졌다. 이민 열풍은 2014년 우산혁명의 실패와 2020년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에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돈 있는 사람은 미국과 캐나다로, 호주로, 없는 사람은 가까운 타이완으로 떠났다. 홍콩에 남은 사람도 좋아서 남은 것은 아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일뿐이다.

사라지는 사람들

홍콩은 중국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을 구할 수 있다. 중국은 사소한 이유로 불온서적 딱지를 붙여 유통을 전면 금지한다. 그 탓에 중국 권력의 내부에 관한 책들은 홍콩에서 유통되고, 구매자는 중국인이다. 홍콩 MTR 코즈웨이베이 역의 '코즈웨이베이서점'은 1994년 개업했다. 출판사도 겸하는 이 서점은 중국이 싫어할 만한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이다.

2015년 10월부터 이 서점을 둘러싸고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시진핑의 여섯 여인>이라는 책을 출판하다 먼저 사장 루이보가 실종되고, 사흘 후에 대주주 꽈이만호가 실종되고 서점 창립자 람윙케이가, 서점 직원 찡지핑이, 마지막으로 주주 레이보가 사라졌다. 이들은 출입국 기록도 없이 별안간 중국 CCTV에 등장해서 납치당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중국의 사상 교육에 동화된 사람처럼 행세하다 홍콩에 돌아온 코즈웨이베이 서점 창립자 람윙케이는 용기를 내어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 납치당했다는 것을 알렸다.

"오늘 내가 이들에게 굴복한다면 내일은 공범이 되고,

급기야 더 많은 사람들이 저들에게 복종하게 됩니다.

오늘 내가 영혼을 팔면,

내일은 다른 사람들이 영혼을 팔게 되겠죠"

나는 자살하지 않는다

시위대들은 사람이 죽는 게 뉴스거리도 안 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유언장을 들고 다닌다. 유언장에는 "나는 자살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시위 도중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 죽음이 자살로 조작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2020년 6월 30일 전인대 상무위는 무소불위(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의 국가보안법 탄생시켰다. 이 법은 홍콩 영주권자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서구 사회가 먼저 중국의 조치에 대응했으나, 코로나19로 어느 나라도 중국을 상대로 '법에 의한 통치'와 '법을 이용한 통치'의 차이를 논할 여유가 없었다. 중국은 기존 법률이 국가보안법과 충돌할 경우, 국가보안법을 우선 적용한다고 부칙에 명시했다. 그렇게 홍콩이 반환된 지 정확히 23년 만에 항인치항, 고도자치, 일국양제가 막을 내렸다.

친구여 물이 되어라

아래 문구는 이소룡이 사망하기 1년 전 1972년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1979년 7월 이후 홍콩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중국 도가의 경전에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고, 마오쩌둥의 전쟁 이론서 <지구전론>에도 이 개념이 담겨 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던 책이다. 죽음을 불사하며 자유를 수호하는 나이 어린 학생들의 마음이 전달되어서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 과정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 제목의 의미가 이해되었고,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책이다.

마음을 비워라,

마치 물처럼 형태나 모양에 구애받지 마라.

물은 컵에 따르면 컵 모양이 되고,

병에 부으면 병 모양이 된다.

찻주전자에 부으면 다시 찻주전자 모양이 된다.

물은 홀러 갈 수 있고,

무엇인가를 파괴할 수도 있다.

친구여 물이 되어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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