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리커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이라는 세계

에세이




책소개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어린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이 작아서이기도 하고, 목소리가 작아서이기도 하다. 양육이나 교육, 돌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곁에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 쉽다. 10년 남짓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 김소영은 어린이의 존재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 책에는 김소영이 어린이들과 만나며 발견한, 작고 약한 존재들이 분주하게 배우고 익히며 자라나는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세계의 어린이는 우리 곁의 어린이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가 통과해온 어린이이기도 하며, 동료 시민이자 다음 세대를 이루는 어린이이기도 하다.

독서교실 안팎에서 어린이들 특유의 생각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김소영의 글은 어린이의 세계에 반응하며 깨닫는 어른의 역할과 모든 구성원에게 합당한 자리를 마련해야 할 사회의 의무에 이르기까지 점차 넓게 확장해 간다.

어린이를 더 잘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이웃을, 우리 사회를 구석구석까지 살피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가 경험하지만 누구도 선뜻 중요하다고 말하지 못했던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곁에 있는 어린이

2부 어린이와 나

3부 세상 속의 어린이

저자 김소영은 독서 교육 전문가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출판사에서 어린이책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하다 독자와 어린이책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에 ‘김소영 독서교실’을 열었다. 저자의 독서교실을 찾은 아이들은 무엇보다 책 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는데, 그 비결은 ‘말하기 독서법’에 있다.

책을 읽은 후 아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고 실제로 도움 되는 활동은 ‘말하기’다. 책을 읽고 내용과 느낌,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면 읽기 능력이 생기고, 읽기 능력이 생기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레 공부머리도 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평생 책을 가까이하는 독자이자 교양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독서 교육의 필수 지침과 구체적인 방법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현재 도서관과 출판사 외 다양한 기관에서 부모, 사서 등을 대상으로 독서 교육법을 강의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에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창비어린이」, 「비버맘」, 「베이비」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쓴 책으로는 『어린이책 읽는 법』(유유)이 있다.

읽고 쓴다는 것

장 폴 샤르트르의 자서전 <말>에는 그가 처음 글자를 읽히던 때의 일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어린 샤르트르는 책을 읽어 주겠다는 어머니 말에 미심쩍어하며 "요정들이 이 속에 있어?"하고 묻고, 책에 매료된 뒤에는 어머니가 아니라 책이 말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글자를 읽을 줄도 모르면서 책을 읽는 척한다.

"한 줄도 거르지 않고 검은 흔적을 따라가면서 큰 소리로 아무 이야기나 혼자 지껄여 댔다."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 노벨 문학상을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한 날카로운 지성도 글자를 익히기 전에는 '지어내서 읽기'를 시연한 평범한 어린이였다. 마침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뒤 샤르트르는 인류의 지혜와 씨름하며 세계를 만났다고, 그것이 자신의 오늘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가리킨 '오늘날'은 그의 명성이 한창 높아진 60세 무렵이다.

그런데 샤르트르 어린이도 글자를 익혔다고 해서 바로 읽기의 세계로 몰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기호를 읽는 것과 의미를 아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초심자인 어린이이들은 책을 소리 내어 읽다가 머뭇거리는 순간이 자주 있다(p67~68)

처음 글자를 읽는 아이들

처음 글자를 읽기 시작한 어린이들의 얼굴은 생동감이 넘친다. 온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러나 자신 있게 글자를 한자 한자 읽는다. 곁에서 보고 있으면 나까지 기분 좋아진다. 읽어야 할 글자를 다 읽고 나면 한글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그동안 글자를 몰라서 구경하지 못했던 '글자 세상'이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시인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를 나눈다. 이런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 행복해진 어린이가 더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다. 아이들은 유명 시인 못지않은 아니 더 멋진 문장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마음이 담긴 소중한 말들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면 점차 언어 표현이 줄어든다. 들어주는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라는 아이들이 큰 나무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영양분이 필요하다. 울창한 숲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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