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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사회적 편견을 만드는 능력주의
능력주의(혹은 실력주의, meritocracy)의 뜻은, 국가는 시스템을 공정하게 만들고, 개인은 열심히 노력하여 자부심을 갖고 그 대가를 향유하게 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러나 능력주의 사회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서, 능력주의에 대한 강조는 사회적 편견을 만들며, 능력주의의 가장 고약한 측면은 학력주의이다.
마이클 샌델은 <뉴욕타임스>칼럼에서,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술 관료적 전문가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민적 덕성이 요구된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고, 모든 면에서 시민들과 일체감을 갖는 능력 말이다. 지난 역사를 보면, 정치적 판단 능력과 엘리트 대학 진학 능력 사이에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력이 떨어지는 자들보다 '가장 뛰어나고 가장 똑똑한 자들'이 정치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능력주의적 교만에 기초한 허구다."라고 말했다. 공동선(共同善)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나 사회, 또는 온 인류를 위한 선(善)을 말한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27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비롯해,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완벽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말하다》 등이 있다.
목차
서론: 대학 입시와 능력주의
CHAPTER 1. 승자와 패자
CHAPTER 2. “선량하니까 위대하다” 능력주의 도덕의 짧은 역사
CHAPTER 3.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포장하는가
CHAPTER 4. 최후의 면책적 편견 –학력주의
CHAPTER 5. 성공의 윤리
CHAPTER 6. ‘인재 선별기’로서의 대학
불평등한 사회
사회적 이동이 잘 일어나는 국가들은 평등 수준이 높다고 보고,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은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로 본다. 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최근 연설 중에 사회적 불공평과 인종차별, 기후 문제를 언급하면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나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또한 배경이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 경제적 차원에서 해석되는 '사회 불공평'과 '기회균등'은 사실상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부와 권력을 가진 환경에서 키워진 능력주의 엘리트들은, 부모의 도움으로 사회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사회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누리는 부와 권력을 당연시 여기게 되며, 사회적 불균형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공평'과 '공정'의 기준을 누가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공정하지 않은 한국 사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한국 사회는 학벌주의의 사회이다. 학벌(学閥)의 뜻은 학문을 닦아서 얻게 된 사회적 지위나 신분, 또는 출신 학교의 사회적 지위나 등급을 말한다. 또 다른 뜻은 출신 학교나 학파에 따라 이루어지는 파벌을 말한다. 학벌주의는 출신 학교의 사회적 지위나 등급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대학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데다가 입학 전형이 몇 개나 되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다양화되어서, 대학입시제도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도 나온 지 꽤 되었다. 문제는 이런 법과 제도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재력이나 권력이 있는 부모가 부정한 방법으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자녀를 유명한 학교에 입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하여 자녀의 학벌을 만들어주고 있는 몰지각한 부모들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한 행동이 법과 도리에 어긋난다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현재 한국 사회는 대학입시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있다. 뉴스에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고저와 연결된 사람에 따라에 따라 처분이 다르다.
한국 사회는 과거에도 공정하지 않았고, 현재도 공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