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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3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18세기경 이탈리아의 몰락해가던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열두 살이 된 코지마가 있다.
옴브로사의 저택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코지마는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거부하며 식탁을 박차고 정원으로 나간다. 정원에서 멈추지 않고 코지마는 나무 위로 올라가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아주 작은 사소한 사건으로 코지마는 아버지와 식구들에게 다시는 절대로 아래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내려오겠지 하던 생각과는 다르게 코지마는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나무 위에서 개척을 하기 시작한다.
곳곳에 편의시설을 만들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용변까지...
첫사랑과의 재회도 나무 위에서, 애인들과의 은밀한 시간도 나무 위에서,
나무로 가득한 코지마의 세상에서 나무 가지들을 건너다니며 여행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가짐 나무 위에서 사는 법에 익숙해져 간다.
나무 위에선 못 하는 것이란 없다.
코지마는 정착이 아니라 아예 나무 위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평생을 나무 위에서 지내다 끝내는.....
권위를 강요하고 세상의 눈치를 보는 아버지, 전쟁과 군대에 흠뻑 빠져있는 여장부 같은 어머니, 집안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눌러앉은 수녀인 누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삼촌, 그리고 동생에 대한 반항으로 시작된 코지마의 나무 위의 생활이었지만 사실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 환경을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코지마의 땅으로부터의 이탈은 무엇을 표현하려던 것일까?
<나무 위의 남작>은 그런 코지마의 일생을 동생의 시선으로 생생함과 모순으로 가득한 황당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인간 사회에서 영원히 도망쳐 버린 코지모 형이 어떻게 그 사회와 화해하고 조합 생활에 열정을 보였는지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면은 적지 않게 보인 형의 특이한 성격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형이 나뭇가지 속에 숨어 있기로 마음을 다져먹으면 먹을수록 인간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필요를 느꼈다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p.291
고전이라 해서 지루하지도 않다. 흥미로운 스토리 덕분에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고 그의 필력에 감탄하기 바쁘다.
동화 같은 소설, 그의 상상력과 익살스러운 문체로 가득한 <나무 위의 남작>의 책 하나로도 그의 작품 세계가 가진 매력을 맛보기엔 충분하다.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의미를 겹겹이 의도적으로 겹쳐놓은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나무 위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자체를 마치 있었던 사실인 것처럼 그려내는 그의 상상력은 아주 굿이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지 다음 작품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