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 손안에 들어온 돈은 전혀 없지만 일상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나만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돈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지도 난생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다.
p.59
흩날리던 벚꽃 잎이 내 어깨 위에 앉았다. 어느새 내게 분홍이 묻었다. 벚나무에는 떨어진 꽃잎을 대신할 이파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이제 여름이 올 차례였다.
p.108
고무바닥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물이 닿은 곳마다 새까맣게 색이 변한 걸 본 뒤에야 내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벅벅 닦았다. 울지 않고 차분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말할 것이다. 결코 거짓이 되지 않을 마음을.
p.181
여름의 시작이 내일부터라면 오늘은 봄의 마지막 날이다.
절기 이름은 다 외우고 있어도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걸 한 번도 의식해 본 적 없던 준호는 갑자기 계절의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소희의 말 한마디에 여름을 기대하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p.219
"다정아, 지금 많이 혼란스러울 거야.
네 또래는 감정이 아주 풍부해서 무언가가 너무 두렵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땐 마음이 여러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어.
어쩌면 네가 들었다고 생각한 속마음은, 사실 너의 바람이나 추측이 다른 사람 목소리처럼 들린 걸지도 몰라.
그렇다고 그게 모두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야. 오히려 네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 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린 진심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다정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그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그러면 다정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지금 이걸 알아챈 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라.'
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