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은 싱긋 웃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민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술에 손수건을 갖다 대고 채윤을 바라봤다.
피가 계속 흘러 손수건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럼, 일하러 가봐요, 형사 아저씨."
채윤은 냉랭하게 뒤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문이 쾅 닫혔다.
조끼의 얼룩은 금방 지울 수 있지만 입술의 상처는 달랐다. 이건 낙인이었다.
p.20
집 안에 같이 있어도 같이 식탁에 앉지 않았고, 남편은 혼자 밥을 조용히 차려 먹고 서현경은 나가서 한 끼 사 먹었다.
그렇지만 절대로 서로에게 싫은 소리나 싸움을 걸지는 않았다. (...)
그렇게 살아온 지 꽤 되었다.
대화가 거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워 가정내에 리스크를 두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건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p.92
습기를 잔뜩 머금은 끈적끈전한 바람이 산을 휘저었다. 나뭇잎이 마구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형석의 머리칼도, 재우의 머리칼도 바람에 마구 흩날렸다.
휴대전화를 잡지 않은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형석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흐려지는 조명탄에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이 보였다.
당장에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다. 아무래도 태풍이 오려는 것 같다.
p.150
"너네 남편 완전 쓰레기야."
"알고 있습니다."
"뭐? 알고 있다고?"
6층 여자 말에 의하면 와이파이를 같이 쓰다 보니까 남편의 클라우드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쪽 남편이 그쪽 죽이려고 계획하고 있는 거 알아?"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