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아니었다.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해결하지 못해서일까, 아쉬워서일까, 불안해서, 억울해서?
아니면, 특별해서 그런 기억을 가진,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세상에 몇없다 보니 내가 특별해 보여서? 그럴 바엔 차라리 집착이라고 부르는 게 나았다.
집착하는 것에 이유 따윈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집착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p.149
어디에도 답이 없을 것 같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급히 방을 뒤졌다. 손끝이 떨리고, 숨이 가빠왔다. 시간이 없다.
그들이 오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p.221
이제는 좀 행복해도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견뎌왔고, 여기까지도 살아남았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또 내 안에서 괴물이나 키우고 있을 순 없잖아. 나도 좀 행복할 수 있잖아.
적어도 이제는.
p.243
"그 얼굴, 그 얼굴이야! 그게 뭐지? 뭘 뜻하는 거지?"
순간 목구멍이 콱 막혔다. 녀석은 진짜 모르는 것이다. 인간의 표정이라는 걸.
그게 얼마나 많은 감정들은 품고 있는지,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알 수 없겠지.
사람은 원래가 그래. 슬퍼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고, 화냈다가 차분해지고, 그게 인간이라고!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