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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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편지를 통해, 글을 통해, 심지어 직접 손으로 쓴 글이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황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흔하지 않은 서예라는 소재로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붓의 움직임과 서예의 매력이 차고 넘치는 미우라 시온의 <먹의 흔들림>을 소개해 봅니다.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살아오는 동안 쉬워 보이는 인상때문에 귀찮은 일도 많았지만 호텔리어로 지내오면서 득이 되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쓰즈키 지카라.

그렇다. 쓰즈키는 말을 걸기 쉬운 인상의 친근한 분위기의 호텔리어로 니시신주쿠에 위치한 아담한 사이즈의 미카즈키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호텔이다 보니 프론트 업무는 물론 연회장 관련 업무까지 일이 끝이 없다.

11월에 열릴 송년회에 초대장의 붓글씨 발주를 하기 위해 쓰즈키는 필경사 도다 가오루가 운영한다는 도다 서예 교실을 찾아가게 된다.

서예 교실답지 않게 어수선한 분위기에 꽃미남 외모의 소유자 도다 가오루.

하지만 서예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다.

단 한 글자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담는 붓글씨.

쓰즈키는 힘이 있고 단정하면서 눈길을 끄는 붓글씨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간절하게 대필을 부탁하는 소년에게 경박하고 쓸모없는 조언을 하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귀담아듣지도 않으며 눈치 없이 막말을 날리기도 한다.

불성실한 태도로 일삼지만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더 상대방을 진실하게 대하며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도다이다.

성격부터 모든 것이 너무도 다른 쓰즈키와 도다.

두 사람은 어떨결에 시작하게 된 첫 의뢰인을 시작으로 붓글씨 대필을 하게 된다.

쓰즈키는 마음을 대변하는 글을 만들고 도다는 종이에 붓글씨를 쓰며 의뢰인의 마음이 담긴 대필을 하게 되는데....





왠지 소름이 돋았다. 이게 과연 '붓글씨 실력이 뛰어나다'라는 정도의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차원인가? 도대체 어떤 필체가 도다 본인의 글씨체란 말인가?

저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빙이해서 쓴 글씨 같아 보인다. '빙의'라는 단어가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체 자체에 빙의되고 사로잡혀서 도다 자신의 성격이나 생각은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p.73

내가 말하는 편지 글귀를 신들린 사람처럼 종이에 옮기던 도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에서 새파란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이.

처음 들어보는 낱말들 속에 담긴 의뢰인의 진심을 민감하게 감지하여 풍부한 이미지로 만들어 글씨로 구현한다. 그런 도다의 감수성과 담력이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p.93

책 속에서.






<먹의 흔들림>은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연한 기회에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엮이게 되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도다와 쓰즈키가 그랬다.

쓰즈키는 글을 만들고 도다는 글을 쓰고, 두 사람의 대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붓글씨로 타인의 마음을 대필하는

두 남자의 경쾌한 앙상블

우리에게 필요한 진실한 소통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먹의 흔들림>

앞만 보고 나아가기 바쁜 일상 속.

재미와 감동,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그들의 케미를 느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봐도 좋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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