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니?"
"응, 행복해."
거짓말이 아니었다.
"안 두려워?"
"안 두려워."
그것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p.16
아이가 별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다는 건, 결코 소소한 일이 아니라 정말이지 기적적인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건 기적같은 일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말이다.
p.85
잘 있을까, 그 시절의 나는 그곳에서 아직 잘 지낼까.
그러면 지나온 시간이 내게 대답한다. 잘 있다고, 당신의 청춘은 여기 그 모습 그애고, 파드닥파드닥 건강하다고.
우주가 좀 더 크면 꼭 브리즈번 한달살기를 떠나야지, 나는 고작 그런 생각이나하는 여자가 되었다.
p.108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다 위로다. 온통 위로다.(...)
가벼운 위로가 넘치는 세상이라 비웃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안다. 위로 타령 지겹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내가 왜 몰라.
하지만 나를 향했던 다정한 시선들을 소환하며 괜찮아, 괜찮아, 그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잖아, 나를 달래는 것도 위로인걸.
이렇게 글로 쓰며 그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내가 돌려줄 수 있는 작고 낮은 감사인사라는 것을 그들이 몰라도 괜찮다. 밤은 길고, 우리가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넉넉하니까.
p.170
"신기해"(...)
"내가 이렇게 사는 거."(...)
"응, 나도 내가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몰랐어. 정말로."(...)
"그래도 어떻게 후회가 안 되는지 모르겠어! 하나도 후회가 없어! 젠장, 재가 뭐라고! 재 하나 때문에 이렇게 시시하게 살아도 괜찮은 것 같다고!"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