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이 유족들을 위한 의식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주인공은 고인이잖아. 그 사람 인생의 마지막 이벤트니까 바라던 대로 해 줘야지."
p.31
"제 손···으로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왜? 어째서 친구로서 자신을 떠나보내야할 내게 장례까지 맡기려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왕 하는 거, 하는 생각이었을까? 그렇다면 너무 이기적이다. 네 죽음조차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느 내가 어떻게.
p.39
나는 나쓰메의 뺨을 감쌌다. 지금이라도 눈을 뜨고 일어나 장난이었다고 말해 주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희망은 품을 수조차 없었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진 감촉에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쓰메는 떠났고 이제 돌아올 수 없다.
"이제 편히 쉬어, 나쓰메."
p.53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고 싶은 일에서는 외면당하기도 하고, 내가 느깐 보람을 타인에게 부정당하기도 하잖아요.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어릴 때나 듣는 거고 자랄수록 힘들고 어려운 일뿐이죠.
살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놈은 어느새 보면 사라지고 없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놈이 끈질기게 살아남아요. 빌어먹을 세상."
구메지마 시가 가벽게 웃으며 덧붙였다. 저는 언제까지 떠내보내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p.74
"변명이겠지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면 남은 사람들의 결속력이 강해지잖아. 거기서 안정감을 느끼는 거지. 그런 말 있잖아.
공동의 적이 가장 강한 유대감을 만든다. 그때 나는 한 발만 잘못내디디면 내가 공격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겁이 났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었던 거야."
p.198
"누구나 똑같지 않을까? 그 사람이 옳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을 내 생각만으로 부정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의 생각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아. 나는 그 사람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거야. 누군가의 상식이나 변명에 휘둘려서 도망치지 않을거야. 너도 무조건 부정하지만 말고, 마나 씨와 진지하게 이야기해봐. 마나 씨가 자기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충준히 대화했으면 좋겠어.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