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감염될 수 있는 사람들이 남은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시 안에 이상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지금도 누군가는 좀비가 되고 있을까.
우리 할머니는 정말로 무사할까. 할머니가······ 할머니가 좀비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은 모조리 뒤로 던져 버리리고 했다.
그냥 지금은 할머니랑 함께 밥 먹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p.41~42
태전 피난민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들을 받아 주는 도시를 따로 지정해서 관리해야 하는 건 아닌가, (...)
봉쇄되었을 뿐 죽은 도시는 아닌데, 아직 사람이 살고 있는데 우리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
p.65
엄마라는 존재는 저런 걸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고 빌면서 애원할 수 있는 걸까.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좀비한테 공격당하는 사람의 비명을 들었을 텐데도 자기 아이를 위해 나가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니.
우리 엄마였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아기인 나를 두고 혼자 나갔다가······ 돌아오긴 했을까?
p.79
바람이 불어오며 레이스 그늘막이 한들거리자 빛 그물도 일렁거리며 우리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었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될 것 같다는 폭죽처럼 보였다.
우리는 사랑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 한가운데 있었다.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