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죄는 딱 하나, 도둑질이다." 천군이 말했다.
"살인은 사람의 목숨을 도둑질한 것이고, 사기는 사람의 만음을 도둑질한 것이지.
세상 모든 죄의 출발은 도둑질이고 그 끝 역시 도둑질이다. 너는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그건 있는 자들 생각이고."
"너만 다르다는 것이냐? 네가 한 행동이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p.44
추위도 배고픔도 일상처럼 익숙했지만, 그 고통만은 늘 새롭고 항상 아팠다.
익숙한 고통이란 없었다. 반복되는 고통에 조금씩 체념하는 것일 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상상을 지푸라기처럼 쥐었다. 상상은 천군의 병사들조차 빼앗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눈을 감았다.
p.49
'이제 어쩐다'로 시작된 고민은 '어떻게든 되겠지'로 접어들더니 갑자기 '여기서 내 인생은 끝나지 않아'로 급격하게 질주했다.
이연은 스스로를 믿었다. 근거 없는 희망일지라도 살아내고야 말겠다며 한 발 한 발 소도로 깊숙이 들어갔다.
소도에 대해 뭐라도 알아야 생존이든 탈출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
p.53
"인간은 아프다고 소리치는 자에게만 신경 써.
물고기나 개미처럼 말로 소리 내지 않는 동물들은 신경도 쓰지 않아.
그러니까 소리쳐! 소리를 내!"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