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다 더 많이 배웠다고. 다른 사람보다 잘 산다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게 양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빌린 걸 갚지 않으려 빨갱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단다.
염치가 살아 있던 사람들은 파렴치한이 되었고 양심은 미움과 증오 앞에 설 자리를 잃어버렸지.
사람들은 환한 대낮에도, 캄캄한 밤중에도 지서로 끌려갔어.
끌려간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죽을 만큼 두들겨 맞고 풀려난 사람은 운이 좋은 경우였어.
p.31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기도 하지. 생긴 모습이 다르고 키나 몸집도 다르지.
저마다 성장 환경이나 사는 환경도 다르지. 다른 모습만큼 생각도 다 다르고.
가끔 모둠별로 활동할 때도 한 가지 의견으로 통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p.75~76
처음 나는 북한군이 무서웠어. 북한군은 총과 포탄으로 국군을 죽이는 적이었으니까.
그런데 북한군은 실제 동네 사람들이나 우리 식구들에게 어떤 해코지도 하지 않았단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무서워했던 게 우스울 정도였지.
p.156
전쟁은 왜 일어나고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 걸까?
전쟁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이든, 그 많은 사람의 죽음 위에 얻은 것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우리는 그런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