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전화를 받는 상담원도 전화를 걸어오는 상담자도, 어느쪽이나 기본적으로 익명을 고수한다. 전화 너머에 있는 상대가 만난 적도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아주 무겁고 괴로운 이야기나 아주 슬프고 어두운 체험담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실은 그 익명성에 야에 쪽도 위안을 얻고 있었다.
p.35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늦었지만 너의 힘이 될 수 없을까······ 라고 지문했을 때에, 문득 고이치는어떤 사실이 떠올라서 눈을 떴다.
여기에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면 어떨까?
조금 전에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그들도 받게 되지 않을까. 뭔가를 기억해내게 되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러면 그중의 한 명 정도는 와넌히 기억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그것이 에이스케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되지는 않을까.
p.140
오랜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사람은 용모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변해버라곤 한다. 사회에 나와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동안, 어린 시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인물로 변모해버린다. 그런 일이 드물지는 않을 것이다. 즉 어른이 된 그때의 친구들 중에 그렇게 된 사람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p.144
흐릿하게, 아주 흐릿하게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온다. 억누르려 하고 있지만 억누르지 못하는 누군가의 숨소리가 확실히 들려온다.
기분 나빠······.
곧바로 사토시는 오싹해졌다. 침묵에는 견딜 수 있어도 이런 소리를 계속 듣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다.
이만 끊자.
아무 말도 없는 전화를 그가 끊으려고 할 때였다.
다~레마가 죽~였다······.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