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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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편식으로 일본 추리소설로 편중이 심하게 기울어져있는 나에게는 일본 외의 외국소설을 읽는 경우가 많지 않다. 도서를 고르기에 앞서 SNS에 자주 노출되는 도서나 내 취향에 맞는 도서를 출간하는 출판사의 도서를 선택한다. 다산북스에서 출간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도 그랬다. <맡겨진 소녀>의 찬사가 대단하다. 지독하게 경제적인 작가, 문체와 감정의 완벽한 배치, 암시와 정밀함, 효과적인 디테일에 유명 소설가들과 뉴욕타임즈, 가디언, 선데이 익스프레스 등에서 찬사를 보낸다.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고민 없이 선택해 본 <맡겨진 소녀>를 소개한다.

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

애정이 없다고 해야 하나? 육아에 지쳐서라고 해야 할까?

다른 남매들은 부모와 함게 있었음에도 한 소녀가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 대한 기약도 없이 뭔가를 버리듯이 다정한 말도 전해주지 않은 채 아빠 존은 소녀를 두고 떠난다.

낯선 곳에 남겨진 소녀.

짧고 찬란한 여름을 킨셀라 부부와 함께 보내면서 무한한 다정함과 사랑받는 것에 대해 배우고 그것이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줬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에게 사랑과 다정함을 받으며 보살핌을 받았고 여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별에 대한 아픔을 경험하는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는 <맡겨진 소녀>이다.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나는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 생각나지 않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억할 수 없어 행복하기도 하다.

p.31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p.73

"그럼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 아주머니가 말한다. "그렇지만 너도 알고 있었잖니?"(중략)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불을 빤히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울음을 참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킨셀라 아저씨가 밖으로 나가는 것 같다. 소리가 들린다기보다 느껴진다.

p.79~80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출발하는 것이 느껴지고, 전에는 갈 수 없었던 곳들까지 자유롭게 가게 되었다가, 나중엔 정말 쉬워진 것처럼.

p.83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묻고 있지만 나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p.96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저씨는 나를 보자마자 딱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 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 든다. 아저씨가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이 느껴지고 숨이 헐떡거리더니 심장과 호흡이 제각각 다르게 차분해진다.

p.97

책 속에서.

도서를 받았을 때 도서의 두께에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얇았기에.... 1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의 스토리로 큰 감동이 전달이나 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했다.

흐음... 괜한 의심을 했구나...

<맡겨진 소녀>는 <말 없는 소녀>라는 제목으로 국제 장편영화상에서 최종 후보로도 올랐었고 곧 국내에서도 개봉한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도서에서 느꼈던 감정을 느껴볼 수 있을지 기대해 보려고 한다.



※ 본 포스팅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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