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면은 죽음이라는, 잊고 있던 근원적인 공포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러했다.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비극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실감 나게 했다.
p.66
지우려해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지독한 악몽, 마음을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감정들. 미호는 유진을 향한 깊은 죄책감 혹은 부채감이라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을 떨쳐낼 수 없었다.
p.117
어떤 상처는 절대 치유되지 않기도 한다. 죽는 그 순간까지, 눈 감는 날까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품고 가야 하는 상처도 있다. 그런 상처는 그저 끌어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p.370
바람이 더욱 차가워지는데도 세 사람의 조잘대는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뺨이 꽁꽁 얼어붙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따. 망친 기말고사, 황량한 한강 풍경, 매섭던 칼바람, 너무도 사소하고 평범했던 대화들. 남들이 본다면 초라하다 말할 추억 한 조각.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세 사람 다 진정으로 행복햇던 시간이었다.
p.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