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왜 그렇게 일찍 잠이 깨는 걸까? 영원히 잠들 시간이 가까웠으니까 하루하루를 좀더 보람되게 보내라는 걸까?
p.44
노인은 끌려가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했다. 만약 이놈이 물 속으로 내려가려 한다면 그땐 어떻게 하지? 그러다가 물 깊숙이 가라앉아 죽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까? 모르겠어. 그러나 무슨 방도가 있겠지.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까.
p.76
고기야, 네가 나를 죽이는구나. 그러나 너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나는 이제까지 너처럼 크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위엄이 있는 고기를 본 적이 없다. 형제여, 자, 나를 죽여라.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나는 아무래도 좋다.
p.137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게다가 그것은 죄악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죄 말고도 얼마든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또한 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p.155
"이제 우리 같이 잡으러 다녀요."
"안 돼, 나는 운이 없어. 이제 운이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 같구나."
"운리라니요?"
소년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행운은 제가 갖고 가겠어요."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