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기사 이탈로 칼비노 전집 4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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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마지막 <존재하지 않는 기사>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에 비해 철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이번 도서의 화자는 수녀원의 수녀가 맡고 있다.


떠돌이였던 아질울포, 오래전에 겁탈당하려던 소프로니아를 구해준 계기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아질울포는 기사 작위를 받고 자신의 존재를 엄격한 채찍질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프로니아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장병 토리스먼드가 나타나고 아질울포는 당황한다. 자신은 겁탈당하던 소프로니아의 처녀성을 지켜줌으로 해서 작위를 받았는데 아들이라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아질울포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떠나는 아질울포의 뒤를 구르둘루, 브라다만테, 랭보가 함께 한다.


아질울포는 오직 하얀 갑옷으로만 존재한다. 하얀 갑옷 속엔 굳은 열망과 이념만 있을 뿐 육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르둘루는 진군 도중에 만난 괴상한 남자이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자각 못하고 보이는 모든 것을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질울포는 그런 괴상한 구르둘루는 하인으로 임명한다.

브라다만테는 아질울포는 짝사랑하는 여기사이다. 브라다만테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있는 인간이다. 

그런 브라다만테를 사랑하는 젊은 기사 지망생 랭보도 아질울포의 뒤를 따르게 된다.


의식은 존재하지만 육체는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 , 존재하고 있으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줄 모르는 하인 구르둘루, 존재하지만 허상을 좇고 있는 여인 브라다만테,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만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는 랭보와 토리스먼드 등이 펼치는 기이한 모험담이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의 이야기는 특별한 줄거리가 아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그 자체에 있다. 

비현실적인 완벽함, 존재와 비존재, 의식과 무의식, 이데아, 초자아, 성적 욕구, 쾌락 추구, 초자아 등등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판단하기는 힘드나 등장인물 속에 곳곳에 숨어있다. 


중세 배경으로 벌어지는 기묘한 환상들이 재미를 더하고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존재하지 않는 기사>였다.




“... 그러니까 세상은 모든 것을 분해시켜 버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뒤덮어버리는, 형태도 없는 거대한 죽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죽이 되고 싶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람발도가 막 이렇게 소리를 치려고 하다가 이런 속물스러운 광경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무감각하게 팔짱을 끼고 자기 옆에 서 있는 아질울포를 보았다. 람발도는 아질울포가 자신의 불안을 결코 이해해 줄 수 없으리라고 느꼈다. 하얀 갑옷의 기사를 볼 때 전해져 오던 고뇌는 구르둘루를 보면서 느끼는 정반대되는 새로운 고뇌와 균형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람발도는 자신의 균형을 유지하고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p.69)


“... 네가 사랑한 이 갑옷은 지금 인간의 육체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나처럼 젊고 가벼운 육체라 하더라도 그 무게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넌 이 갑옷이 어떻게 자신의 비인간적인 순백성을 잃어버리고, 전투에 사용되는 단순한 의복,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변함 없고 유용한 도구로 변했는지 모를거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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