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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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어도 좋고 산문집이어도 좋고 에세이어도 좋고 굳이 가리는 것이 있다면 자기 계발서 정도?? 이것저것 좋아하다 보니 독서카페에 가입도 해보고 여러 사람들의 리뷰도 많이 보던 중 이곳저곳에서 이도우 작가님에 대한 책들이 눈에 들어오던 참이었다.

눈여겨보던 그녀의 작품들 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을 벼르고 있었는데 밀린 책들을 읽다 보니 전혀 접해볼 기회가 없기도 했습니다..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고 언젠간 읽겠지 했던 책들이 아니라 따끈따끈한 이도우 작가의 첫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을 만났습니다.^^


짧은 카피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과 그것이 나에게 다가오는 순간,

아~~ 이건 읽어야 돼~~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라는 도서명만 보아도 아~~ 에세이구나~~라는 느낌이 풀풀 납니다. 북 커버 디자인 또한 감성 돋기까지...

이분 이분 아주... 대단합니다... 출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베스트셀러라니요.... 제가 이런 대단한 작품을 만난 겁니까??? 그녀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도우 작가님은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라디오 작가, 카피라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역쉬... 아무나 작가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는 네 가지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고 비하인드스토리인 아홉 편의 <나뭇잎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만 하는 긴 글보단 간결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더욱 좋아하는데 짤막하게 담겨 있습니다.




미처 쓸쓸할 새도 없이 살아낸 비어 있는 날짜들을 기억해주기로 한다. 기록하지 않았던 이름표 없는 보통의 날들, 여리고 풋풋했던, 인생이 평탄하고 버드나무 말고는 아무도 눈물짖지 않았던, 베게 옆에 꿈이 있어 고마웠던 그날들을

- 쓸쓸함은 기록되어야 한다 中 -


어둠 속 한 점 불빛들이 어느 가족의 단란한 집이있든 케이블카 매표소의 하얀 조명이거나 작은 암자의 희미한 연등이었든, 모두가 같은 불빛이었고 다른 불빛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희망처럼 만난, '여기까지 오면 돼. 이 불빛을 찾아오면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던, 다정하고 쓸쓸해던 불빛들이 고맙습니다.

- 평행사변형 모양의 슬픔 中 -


부드럽게 사뿐히 수면에 내려앉는 랑니처럼, 은유하자면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이고 그건 어쩔 수 없는 희망이다. 같은 밀도의 이야기를 할 때도 가능한 한 소박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기를, 과장하지 않고 진솔할 수 있기를, 그저 첫 마음을 잃지 않기를.

- 거미줄 서재 中 -


추억이 없는 따뜻한 곳이라니, 살아온 날만큼 누적된 수많은 기억을 뒤로하고, 아무 추억도 없는 낯선 곳이란 얼마나 새롭고 무해한장소일까. 나에 관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어딘가에 대해서.

- 추억이 없는 따뜻한 곳 中 -


봄이지만 괜히 가을스러운...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마시고 잠에 들기 전에 읽은 동화책 같은, 옷장 깊숙한 곳에 고이 간직해둔 일기장을 꺼내 먼지 털털 털어내고 읽는 느낌... 추억에 젖는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정말이지 밤에 이야기하기 좋은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 있어요.. 이도우 작가님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았어요... (일기장은 낮보다 밤에 훔쳐보는 게 제맛이죠.. 어멋..ㅋ)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서정적인 글 리듬에 반해버린 이도우 작가님의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책을 읽는 동안 늦은 밤 스스럼없이 편하게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 편한함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책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그녀의 소설들도 얼른 읽어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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