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팍스 1
사라 페니패커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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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저 넒은 평야를 바라보는 팍스의 뒷모습.

나도 팍스와 함께 저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팍스는 피터를 기다린다.

그렇다면 나는 팍스의 자리에서 누굴 기다리는걸까? 나의 피터는 누구일까?

아마도 나의 피터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가족들이 오년 후, 십년 후 이루어 낼 모습들 일것이다.


65쪽

"거기 인간, 너희가 전부 다 망쳤어." 어미사슴은 피터에게 이런 말을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사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인간이 전부다 망친 건 맞는데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나는 인간이니까.


213쪽

"자신이 누군지 아는 데 20년이나 걸렸다고요? 제 말은,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볼라는 무인도와 같은 숲에서 평범한 진실을 깨닫기 위해 아픔의 시간을 보낸다. 작가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을 평범한 진실이라고 했다. 나는 묻고 싶다. 평범한 진실을 진실로 아는 인간이 지구상에 몇이나 되는지...  자기자신을 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삶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221쪽

"다른 곳을 다쳤는데, 그 애 눈에서 물이 나왔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어. 내 생각에, 눈에서 물이 흘러내리면 아픔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아. 하지만 그 애는 숨을 쉴 때....... 공기를 꿀꺽 삼켜, 마치 그 고통의 물에 풍덩 빠질 것처럼......"

우리의 팍스는 우리 인간들보다 인간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눈물을 어렵게 어렵게 참을수는 있다. 하지만 눈물을 참은만큼 나는 더 아파진다. 덜 아프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270쪽

"그런데 헨리는 내가 어디에 갔는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하루 종일 문가에서 나를 기다려. 네 개는 어떻게 생겼니? "

숲에서 만난 군인이 피터에게 헨리라는 자기 개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팍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 걱정은 이렇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책에서 또 하나 배웠다. 읽는 내내 피터를 걱정하고 위로했지만 헨리의 바랜 사진을 가지고 있는 군인보다 더한 위로는 주지 못했던 것 같다.


현관문을 언제나 열어 놓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정말 좋았다. 볼라에게 간다는 뜻이었고 볼라는 피터가 필요했다.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봉사를 하겠다는 그 어려운 결심을, 다시 사람들과 지내겠다는 그 평범하고 어려운 결심을 피터를 만나서 하지 않았던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 소설은 한겨울 난로( 군고구마가 들어 있는 ^^~)와 같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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