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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평점 :

* 푸른향기 서포터즈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편히 떠날 수 있게 해주실 수는 없습니까?
이런 양극단의 말을 듣는 직업이라니... 의사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라 이런 고충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환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다. 게다가 이 의사는 본인이 크론병을 겪고 있는지라 아마도 환자의 입장에 조금 더 가까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크론병을 안고서도 대장 항문외과를 선택했고, 힘들고 버겁다고 느낄 때도 많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잘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을 것이다.69쪽
전쟁에서 이기려면 지피지기 적을 알아야 한다고 했고, 상대와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역지사지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했다. 전쟁이든 사회생활이든 맞은편에 앉은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소통이라도.
분명한 사실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집도'하는 '내 수술'이다. 전공의, 전임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 능력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수술을 경험하게 해주며, 그 모든 과정과 결과까지도 책임지는 것이 내 역할이다. 일부 과정을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맡기더라도 내가 했을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게 만드는 것까지가 내 임무이고 능력이다. 220쪽
내 능력의 한계치와 영역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증명하는 단락이다. 아마도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이 글을 읽고 병원에 가면 아마도 이전보다는 조금 다르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