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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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텃밭을 일구는 이야기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제목이 어색한데? 사이보그라... 색다른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표지가 궁금했다. 첫 장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눈을 떼긴 했다. 엄마 전화가 와서.



미칼라. 너 고기 필요해?

어. 많이.

그럼 니꺼도 산다.

어. 많이.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엄마 보고 싶어서.

그럼 와.

내일 갈게.



부모님과 텃밭을 일구는 이야기를 읽으니 자연스레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나의 엄마와 아빠도 귀촌을 했으니까. 남들은 도시에 살아서 좋겠다고 하지만 이름만 도시지 넓디넓은 텃밭에서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황승희 작가와 얼추 나이도 비슷할 것 같고, 가족 에세이를 쓰는 그 마음도 공감하여 나는 자주 뭉클했고, 더 자주 웃었다.



주식으로 치면 매수와 함께 오르기만 하는 종목이라고나 할까.

45쪽



상추의 마법은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특히 노지에서 기른 상추는 아삭하고 싱그럽기로 비할 것이 없다. 상추를 다면서 나는 늘 고맙다. 상추야, 고맙다. 상추야. 인사를 한다.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순하게 살아온 생, 저 여자와 남자가 내 엄마 아바라는 것이 감사했다.

47쪽



작가는 엄마와 아빠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고, 나는 작가의 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황승희 작가님은 좋은 사람이라는걸. 유유상종이라 했다. 좋은 사람 눈에 좋은 사람이 보이고,  좋은 사람 밑에 좋은 사람이 길러진다. 와~ 좋은 사람 천지다!



당최, 네 아부지는 가만히 있지를 않아. 내가 어떨 땐 너무 힘들고 귀찮아.

59쪽



아... 작가님. 작가님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었다. 우리 둘이 만나면 아부지에 대해 할 말이 엄청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아바는 밭농사를 넘어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무릎이 불편한 엄마를 일꾼 삼아 두 분이 번듯한 집을 지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똑같이 듣고 산다. 울 엄마한테. 




텃밭이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엄마와 아빠의 일터를 외면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금년에는 조금 더 자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나에게 땅에 대해 말한다.



미칼라. 땅이 얼마나 고맙고 정직한지 아니?

알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귀농도 잘 한다더만.

나는 아니야.

하긴 너는 벌레는 무서워하니까.

맞아. 나는 벌레가 너무 무서워.



싫다고, 알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엄마와 아빠를 따라 텃밭으로 가는 이유는 황승희 작가의 말대로 사이보그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의 엄마와 아빠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나를 포함해서) 수술과 보조 기구에 도움을 받아 생활한다. 이걸 '사이보그'라 칭한 것도 참 신선했다. SF소설에서나 읽었지 우리를 사이보그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엄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밭농사 인제 진짜 마지막이야.

엄마... 그 말 벌써 6년째야.

진짜야. 이번엔 진짜야.

거짓부렁.

그럼 있는 땅을 놀려?



놀릴 수 없지. 그러니 나도 황승희 작가처럼 엄마와 아빠의 뒷모습을 따르는지도 모르겠다.





-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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