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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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판결은 단순한 통과점.


182쪽


역시는 역시였다. 숨 가쁘게 읽었고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이 바라는 사형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진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은 해 보았지만 사형이라는 형벌이 가지는 무게에 대한 고민은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사형 판결이 단순한 통과점일 수 있다는 표현에서 주인공도 나도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이 지은 죄에 대한 업보로서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표현은 흔히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십자가의 무게와 속죄의 깊이는 그 누구도 담보할 수 없다. 단지 십자가를 짊어진 당사자에게 달려있을 뿐이다. 이러한 점을 소설로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387쪽


이 책을 읽는 동안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지, 과연 완벽한 심판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 공세가 나에게 이어졌다. 마침 어제 뉴스가 맞물렸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205190130349774


'조두순 폭행' 20대, 국민참여재판 징역 1년 3개월..."심신미약 인정"

[앵커]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집에 찾아가 둔기로 머리를 때...

www.ytn.co.kr



국민적 공분을 샀던 조두순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는 20대 남자,,, 그는 조두순을 폭행한 죄로 재판을 받았다. 판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다양한 의견 어디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나만의 완벽한 판결을 미리 적어 두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분노의 문장을... 공허한 십자가를 죄의 무게로 채워야 할지 속죄의 무게로 채워야 할지 책을 덮은 후에 나는 더 혼란스럽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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