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용희진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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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책을 좋아한다. 주만지와 자수라는 책과 영화를 모두, 아이들과 내가 함께 좋아한다. 그중 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 나타난 이야기는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 인위적인 해피엔딩과 그냥 엔딩을 구분해서 호불호를 표현할 수 있는 건 현재 고등학생 아들 덕분이다. 이 아들이 어렸을 적에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엄마. 나 이 책 싫어."


"왜?"


"뭐가 다 행복하게 잘 살았대?"


"그런가?"


"어. 공주도 왕자 만나서 행복하다고 하고, 흥부도 부자가 되어서 행복하다고 하고."


"진짜 그렇네?"



나는 도서관도 없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던지라 책이 귀했다.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문장이 뜻과는 상관없이 글자들이 종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인과관계가 매끄럽게 연결된 이야기가 있는 반면 무지막지하게 결혼과 행복을 향해 내달리는 이야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책은 그림부터 벌써 '나 만만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연다면 재미는 보장하지!'라고 으스대는 것 같았다. 알록달록한 색감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이다. 





제일 속이 시원했던 장면.


멀쩡한 빗자루를 아이들이 괴롭히니 강아지도 빗자루를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었나 보다. 그래서 빗자루는 휙 손잡이를 뻗었을 뿐인데 강아지가 저~~~~~멀리 날아가 버렸다. 물론 강아지는 죽지도 않았고 어디가 상하지도 않았다. 단지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해 배가 고팠을 뿐.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빗자루가 백 마디 말을 하는 이웃보다 훨씬 나았다. 이거야말로 빗자루와 아주머니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진정한 해피엔딩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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