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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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부제를 보니 생일 축하 노래가 떠올랐다. 삼십 년 전에 들었던가...?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OO이~ 생일 축하합니다~


이걸 아이들은 바꿔서 불렀었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느냐~ 왜 태어났니~


아... 증말 잔인한 개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왜 태어났냐고 묻는 것이 말인가,  똥인가. 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태어난다. 원래가 그렇다. 마치 자연이 그런 것처럼.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는 40억 살 정도 된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이렇게 수백 번 반복해서 거슬러 올라가도 이르지 못할 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이가 많은 지구에게 인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통에 지구가 몸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주의자들의 함성이 커지고 있다. 



아네모네가 한창이어야 할 숲에 진흙과 돌이 쌓인 커다란 무더기가 군데군데 있었는데 그 탓에 강과 야생 마늘밭 사이의 땅이 지저분해 보였다. 분노가 일었다. 근처 빈 건물에 주차해 놓은 채굴기는 숲이 그 모양으로 변한 까닭을 설명해 주는 증거물이었다.


분노를 삭이며 걸었다.


45쪽


숲을 파헤치고 자연을 망치는 것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아이. 분노를 삭이며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아이.


편리한 생활을 위해 또는 그냥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자연을 병들게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다.




가을의 흙냄새는 색달라서 내 마음을 빼앗아 간다. 복잡한 화합물이 분출되면서 감각을 휘젓는다. 땅이 숨을 내쉬는 동안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172쪽


나는 이 문장이 제일 좋았다. '색다른 흙냄새'를 나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름의 쨍한 햇빛을 받아 바짝 달아오른 그 냄새가 좋다. 자꾸만 킁킁거리게 되는 여름이 나는 좋다. 여름 볕으로 달궈진 땅이 자연을 쑥쑥 키우는 느낌이라 그 안에 서 있으면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 열정적으로 자연에 몰입하느냐고 묻는다. 나도 내가 몰입하고 경험한 자연을 글로 모두 적고 나서야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면 강렬한 감정이 콸콸 쏟어져 나오면서 내가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264쪽


몰입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다라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몰입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무형의 사고가 글로 옮겨지며 유형의 무엇이 된다. 강렬한 감정을 글에 담아내느라 바쁜 손을 상상해 보았다. 키보드를 다다다다 누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아직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 다라에게 궁금하다. 보고 느낀 것을 다시 보고 느끼는 그건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자폐아처럼 보이지 않는다'라고 의심하며 추궁한다. 나는 자폐아 같지 않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우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품종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다.


79쪽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현장에서도 꽤 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템플 그랜딘' 을 보고 나서 조금 놀랐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것이 정말 다양하구나.' 


전공자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충분히 다라를 의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심하는 것이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폐는 이럴 거야.' , '장애인은 저럴 거야.' 등의 섣부른 정의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특별한 존재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그래서 다라는 자연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특별한 아이라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연에 대해 콸콸 쏟아지는 감정을 글로 받아내는 다라. 다라의 글을 읽으며 내가 이토록 자연과 맞닿아 본 적이 있었던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라도 자연도 더 느끼고 싶다.




https://blog.naver.com/cau9910/222304558977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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