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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소년은 과거를 삼키고, 자기 자신을 삼키고, 우주를 삼키며 엄마를 만나러 간다.
엄마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면회를 거부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과일 박스 밑에 숨어서 엄마에게 가고 있다. 과일박스 밑에 숨기 전에는 마약을 배달하기도 했었다. 조직폭력배에게 오른손 검지를 잘리기도 했다.... 소년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더 과거에는 소년이 탄 차가 물에 빠지는 사고도 있었다. 소년의 형이 달리는 차에서 우주를 보기 위해 뒤창문을 열어 놓은 것이 탈출구가 되어 살아날 수 있었다.
당시 운전자는 아빠였다. 사고 이후 아빠는 술에 빠져 살았고, 소년의 형은 말을 잃었다. 소년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소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안 돼요? 띄엄띄엄 듣는 건 이제 넌더리 나요. 어른들은 맨날 단편적인 얘기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꼭꼭 숨겨두죠. 더 크면 말해줄 거라더니 이제 나도 컸는데 엄마는 오히려 더 애매한 얘기만 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아요. 그냥 다 깨진 유리 조각 같은 헛소리지. 제대로 된 이야기는 없어요. 시작, 중간, 끝은 있어도 진짜 이야기는 없다고요.
490쪽
'시작과 중간과 끝은 있어도 진짜 이야기는 없다'라는 이 말에 나는 소년을 안아주고 싶었다. 엄마가 또는 어른들이 말하기를 머뭇거리는 진짜 이야기는 아마 끝까지 들을 수 없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도 겁나기 때문이다. 마주하기 어려운 그것을 소년이 대할 수 있었던 것은 우주를 삼킨 덕분이리라.

처음에는 소년 엘리를 따라 읽기 시작했다. 엘리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움직였는데 어느 순간 내가 엘리와 분리되었다. 베이비 시터인 할아버지는 살인자고, 빨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검지를 잃고, 새아빠도 잃었다. 엄마는 교도소에 있고 아빠는 술을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이 상황 어쩔.
엘리와 분리되긴 했어도 나는 엘리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엘리가 자기 자신을 꼭 붙들고 있듯이. 그렇게 엘리와 나는 결말로 함께 나왔다. 엘리와 나는 진짜 이야기로 나왔다.
숨도 차고 힘도 들었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여정이었다. 700쪽에 달하는 긴 이야기 속에서 엘리와 내가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포옹한 덕분이었다.
다 같이 안자.
포옹의 힘
https://blog.naver.com/cau9910/222222648954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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